[안보포럼] 낙동강을 사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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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의 하이라이트(High Light)는 낙동강 방어전투다. 극동군사령관에서 유엔군사령관으로 임무가 확대된 맥아더 장군은 한국전선을 지키기 위해 최대의 전략과 최선의 지략을 다 짜냈다. 맥아더 장군의 요청으로 미 지상군도 참전하고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는 7월 14일 한국군의 작전권도 인수 받았다. 일본에 있던 미8군사령관 워커 장군도 7월 13일 한국전선에 뛰어들었다. 대구에 8군사령부를 설치함으로써 모든 전투준비태세가 완벽하게 갖추어지게 됐다.
7월 1일 미제24보병사단에 이어, 7월15일 제25보병사단이 부산에 상륙하고, 7월 18일에는 미제1기병사단이 포항에 상륙하여 미군의 전력은 막강하게 증강되었다.
그러나 전쟁 초기 미군의 참전도 허사였다. 7월 20일 대전을 빼앗기고, 7월 27일 영동(永同), 8월 1일 안동까지 빼앗기며 낙동강까지 밀려 내려갔다. 미군은 적을 과소평가해서 탱크도 없이 장갑차만 갖고 들어오는 큰 실수를 범했기 때문이다.

다만 제공권은 미군에 있었으므로 낙동강까지 공격해오는 동안 북한군은 5만여 명이나 손실을 보았고, 8월 5일 낙동강 공세 때에는 총병력 6만 9000명으로 감소되었다. 탱크도 59대로 감소되었다. 그러자 북한군은 병력 충원의 수단으로 점령지역에서 ‘의용군’을 강제로 징집하여 낙동강 전선으로 보냈다.
국토의 90%를 빼앗기고 대구, 부산만 남게 된 한국의 운명은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워졌다. 전선은 낙동강 전 유역으로 확대되었다. 왜관으로부터 남쪽 마산에 이르는 낙동강 서부지역은 미군이 맡고, 북쪽의 정면은 국군 5개 사단이 맡았다. 방어구역은 80km(200리)나 되었다. 소련제 T-34탱크를 앞세워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은 기세등등하여 충청도와 전라도 전 지역을 강타하고 낙동강 유역으로 몰렸다. 김일성은 7월 초, 수안보를 방문하여 8월 15일까지 대구를 점령하라고 특별명령을 내렸다. 이제 최후의 결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북한군은 8월 5일부터 총공세에 들어갔다.

워커 장군은 한국전에 참전하자마자 수세에 몰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김천에 있는 제1기병사단을 찾아가 「더 이상 철수는 없다. 현 전선 사수냐, 아니면 죽느냐(Stand or Die!)」의 선택의 기로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하였다. 국군 1사단장 백선엽 장군은 경북 왜관의 다부동에서 적의 정예부대 3개 사단을 만나 ‘최후’를 결심한 듯, 장병들 앞에서 「조국의 운명이 우리 손에 달려있다. 여기서 물러나면 대구가 위험하고 대구를 빼앗기면 우리는 다 죽는다. 내가 앞장 설 테니 나를 따르라. “내가 뒤로 물러서면 나를 쏴라!”」고 비장한 결의를 보였다. 마치 백제의 계백 장군이 마지막 전투에 임하기 전 온 가족을 다 모아 놓고 ‘적의 손에 죽느니 내 손에 죽는 것이 낫다’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다 죽이고 전투에 나간 것처럼 결기를 보였다.
장병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다. 탱크 앞에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후퇴는 없었다. 하늘은 우리를 도우셨고 승리는 1사단에게 돌아왔다. 다부동 전투의 팩트다. 만일 다부동 전투에서 국군이 패했더라면 영천 전투에서도 패했을 것이고, 대구가 무너지면 부산도 감당할 수가 없게 되었을 것이다. 이때 워커장군은 정일권 참모총장에게 은밀히 제주 등 지역으로 ‘망명정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스런 조언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죽음으로 낙동강을 지키고 조국을 구한 백선엽 장군의 구국항전과 영웅적인 호국정신을 높이 칭송해야 한다.
다부동 전투의 승리로 낙동강을 지킬 수 있었고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이 가능하게 됐다. 낙동강 방어는 국민 총력전이었다. 전선이 위기에 몰리자 학도병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다부동에서 대패한 적은 8월 23일 영천으로 이동했다. 마지막 전투가 영천에서 벌어졌다(9.3-13). 이 전투에서도 아군의 승리로 끝났다. 한편 영천전투가 벌어지기 직전, 보현산 소부대전투에서 학도병들이 문(文)의 부친을 포로로 잡았다(8.28). 역사는 거짓말을 안 한다. 핏빛으로 물들었던 낙동강!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었던 죽음의 강! 지금은 생명의 젖줄이 되어 경상도를 살리는 ‘행복의 강’이 되었다.

배영복 장로<연동교회>
• 한국예비역기독군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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