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와 기독교와 이슬람이 시온산에서 마주하다
시온산은 예루살렘 성벽의 시온문(혹은 다윗의 문) 밖에 있는 산이다. 이곳은 제2 성전 시대에 예루살렘 위쪽의 도시 남단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구약성서에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유대인에게 성지로 일컫는 단어이다. 시온산에는 다윗 왕의 무덤과 마가의 다락방의 유적이 있다.
예루살렘 남서쪽 해발 765m의 언덕에 있는 시온산은 어디서 보아도 잘 보이는 아름다운 장소이다. 히브리어 ‘Zion’의 어원은 유사 파생어인 ‘바위’, ‘산성’ 혹은 ‘건조한 곳’ 등을 의미한다.
예루살렘의 가나안 원주민이었던 여브스족이 머물던 “시온산성을 다윗이 빼앗았으니 이는 ‘다윗성’”(삼하 5:7, 왕상 8:1)이다. 지형적인 의미에서 시온과 예루살렘과 성전의 산이 구별된다. (미 3:12) 시온은 넓은 의미에서 예루살렘 전체를 지칭하며(사 2:3, 33:14, 요엘 3:5), ‘시온의 딸'(사 1:8, 30:16, 아 1:5), ‘시온에 거한 나의 백성'(사 10:24, 51:11), ‘유대 백성'(사 51:16, 59:20), ‘성전산’, ‘시온에 거하는 하나님'(요 4:17, 시 20:3) 등 많은 파생어를 낳고 있다. 이 점에서 ‘시온산’은 이스라엘 신앙의 상징이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시온산과 관련된 대전환점은 다윗 왕 때이며, 왕권의 형성과 성전의 건축으로 인한 종교제도의 확립을 통해 이룩한 변화이다. 이때 계약의 내용으로 허락한 것이 땅과 집이다. 이 계약이 행해진 곳이 예루살렘, 곧 시온성이다. 다윗의 무덤과 역대 왕의 무덤이 바로 이곳에 묻혀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왕상 2:10, 느 3:16, 행 2:29)
다윗 왕의 가묘는 석조 건물로 큰 석실 안에 있는 길이 2m와 폭 1m 정도의 붉은 빌로도 천으로 덮여 있다. 예루살렘에서 1층은 대부분 아랍인이 살아가는데, 다윗의 묘는 예외적으로 마가 요한의 다락방 1층에 있다. 천장 위에는 ‘이스라엘 왕 다윗은 살아서 여기 있다’라고 히브리어로 수를 놓았고 유대교의 상징인 ‘다윗의 별’이 그려져 있다. 인접국인 이집트만 하더라도 파라오의 무덤으로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어 널리 기리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스라엘 왕들의 무덤은 업적이나 명성과는 상관없이 하나도 그 위치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윗 왕의 무덤이라고 불리고 있는 이곳도 사실은 실제 무덤이 아니라 10세기경에 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가묘인 기념 묘이다. 실제 다윗 왕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마가 요한의 다락방이 있는 건물은 예루살렘에서 아주 특이하다. 1층에 유대교의 성지인 다윗 왕의 묘가 있고, 2층에는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을 하신 기독교의 성지가 있다. 3층에는 이슬람의 첨탑인 미나렛이 있다.
시온산에서 예루살렘 성벽을 통해 시온 문으로 빠져나가 약 100m쯤 걸어가면 이슬람의 상징인 첨탑으로 미나렛을 포함하여 3층 석조 건물이 보이는데, 옥외로 난 돌계단을 올라가면 마가 요한의 다락방에 들어갈 수 있다. 수백 년 동안 줄이어 이곳을 찾는 성지 순례객의 발길에 의해 닳아서인지 계단의 돌들이 움푹 패어 있다. 로마네스크식 건축물인 다락방 내부는 천장이 아치로 되어 있다. 방 가운데 3개의 기둥은 주위 벽에 서 있는 기둥들과 곡선으로 연결되어 아치를 이루며 천장을 받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은 이곳에서 다윗의 별로 오신 예수께서 제자들이 마지막 만찬을 나누던 모습을 상상하여 그린 것이다. “그리하면 자리를 펴고 준비한 큰 다락방을 보이리니 거기서 우리를 위하여 준비하라 하시니”(막 14:15)
베드로 통곡교회(Church of St. Peter’s Galicantu)는 닭울음(갈리칸투/cockcrow) 교회라고도 하는데, 1930년대에 시온산 위에 세워졌다. 이 장소는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으로 추정되는데, 내부 동굴에는 창문이 없는 감옥이 있다. 예수께서 체포당한 후 법정으로 가기 전날 밤에 몇 시간 동안, 이 동굴 감옥에 갇혀 있었다.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교회 이름은 베드로의 부인 때문에 얻어진 것이다(마 26:69-75 참조).
예루살렘의 동쪽 성문 중의 하나인 스데반 문(사자문 혹은 양의 문)에서 성 내부 쪽에 있는 베데스다 못은 예수 당시에 성의 북쪽 벽 밖 가까운 곳이었고, 성전으로 들어가는 양문(느 3:1, 요 5:2) 곁에 있다. 이 연못은 기원전 2세기 시몬이 대제사장으로 있던 때에 세워진 길이 100-110m, 너비 62-80m, 그리고 깊이 7-8m의 두 개의 쌍둥이 연못으로서 성전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것과 더불어 종교적, 의학적 치료를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이곳은 치료의 효과가 있다고 해서 환자들이 모이는 장소였고, 예수께서 38년 된 병자를 고쳐주신 장소로 성스러운 곳이다(요 5:2-9), 히브리어로 ‘베데스다’는 ‘자비의 집’이라는 뜻이다.
베데스다 못 경내에 안나기념교회가 있다. 예배당 건물이 공명이 잘되게 건축된 아름다운 곳이라, 이곳을 찾는 순례객마다 독창과 합창으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안나는 시므온과 함께 노년에 메시아를 기다리며 예루살렘 성전에 머물러 있다가, 탄생하신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으러 오신 아기 예수를 직접 뵙는 행운을 누렸다.
예루살렘의 황금 사원과 더불어서 시온산과 다윗성에 있는 다윗 왕의 가묘와 마가 요한의 다락방과 베드로통곡교회와 안나기념교회가 있는 지역은 모두 과거에 요르단에 속한 영토이지만, 1967년 이스라엘이 3차 중동 전쟁인 6일 전쟁을 통해 차지한 이후에 되돌려주기 곤란한 성지이다. 2021년 5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면전 때도 바로 이곳에서 7만 명의 모슬렘이 시위를 벌이자 이스라엘 경찰의 강력한 저지를 받기도 한 바로 곳이다. 메시아로 오신 예수께서 평화를 주실 때, 이 화약고와 같은 예루살렘에 샬롬이 깃들 것이다.
소기천 박사
<장신대 성서신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