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유대인들이 과학분야를 비롯하여 모든 학문 분야와 지성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은 노벨상을 휩쓸고, 미국의 우수한 대학일수록 유대인 교수 비율이 높다. 한때 미국의 3대 명문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대학의 총장들이 모두 유대인들이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세기를 마감하면서 한 세기를 대표하는 인물로 선정한 사람도 유대인 아인슈타인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구약시대로 돌아가 본다. 구약시대에도 이스라엘은 당시의 ‘구약 세계’에서 지성과 지적 탐구의 첨단을 달렸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구약시대 이스라엘은 그런 면에서는 주변의 나라들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 ‘후진국’이었다. 주전 2천 년대 애굽이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활발한 지성적 학문 활동이 전개되어 고도의 문명을 달성했다. 이들이 이룩한 업적은 크게 3가지 분야로 구분된다. 첫째는 과학 분야이다. 수학, 천문학, 건축학, 측량술 등의 발달로 피라미드나 지구랏트와 같은 거대한 구조물을 건축할 수 있었다. 둘째는 사회과학 분야로, 사회현상의 배후에 변치 않는 질서와 원칙을 찾으려 했고,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의 비결을 모색했다. 그 결과 엄청난 분량의 교육용 자료들이 만들어졌고, 이들은 대부분 ‘잠언집’의 형태로 되어있다. 셋째는 종교‧철학 분야로, 삶의 의미와 죽음의 문제, 고난의 문제 등 오늘날 현대인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을 그들도 고민하며 그들도 많은 작품을 남겨놓았다.
넓은 구약의 세계에서 주전 2천 년대에 이미 꽃을 피운 문명과 지적 활동의 결과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최초로 ‘국제화 시대’의 문을 연 솔로몬 왕 때 와서 비로소 이스라엘로 유입되어 들어오게 되었다. (주전 900년대) 솔로몬 자신도 많은 잠언을 지었을 뿐만 아니라, 주변 나라들의 잠언들도 이스라엘로 들어오게 되었다. 예를 들면, 잠언 30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말씀은 야게의 아들 아굴의 잠언이니….” ‘아게’는 누구이고, ‘아굴’은 누구인가? 이들은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이방인들이었다. 이방인의 잠언이 이스라엘로 들어왔고, 결국 구약에 수록된 것이다. 잠언 31장도 마찬가지이다. “르무엘 왕이 말씀한바 곧 그 어머니가 그를 훈계한 잠언이라.” 르무엘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스라엘 주변 나라의 왕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이방나라의 왕 르무엘의 잠언이 이스라엘에 들어왔던 것이다.
잠언 22장 17절부터 24장 22절까지의 말씀도 우리의 주목을 끈다. 이 부분은 애굽의 고관 ‘아멘 엠 오피’(Amen-em-ope)라는 사람이 왕실 관리 교육용으로 기록한 지침서의 내용이 구약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네가 관원과 함께 앉아 음식을 먹게 되거든 삼가 네 앞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며, 네가 만일 음식을 탐하는 자이거든 네 목에 칼을 둘 것이니라.” (잠 23:1-2) 고관과 함께 식사할 때 음식이 맛있다고 게걸스럽게 먹지 말라는 뜻이다. 이렇게 애굽의 관리 교육용 잠언이 구약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즉 이스라엘은 이방나라들의 잠언들도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받아들였던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방나라들의 잠언이 구약성경 안에 수록되어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