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찬송가 역사와 ‘금쥬가(禁酒歌)’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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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시절, 외가 어른들이 일찍부터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여 믿음을 지켜온 덕분에 나는 8.15해방 직후부터 엄마 따라 교회에서 부르던 찬송을 지금도 혼자서 흥얼거릴 때가 있다. 그 중에 자주 생각나는 찬송이 ‘금쥬가(禁酒歌)’이다.

이 땅에 온 초기 선교사들은 찬송가를 만들어 사용하였던 기록을 볼 수가 있다. 그 중에서 처음 발간된 것은 1892년 감리교 선교사인 로스와일러(Rothweiler, 1853~1921)가 편집하고 출판한 『찬미가』인데 모두 27곡으로 가사만 적혀있는 찬송가였다고 한다.

그 후 감리교에서는 1895년에 81곡이 수록된 『찬미가』를 새롭게 편집 출간했으며 1905년에는 윤치호(尹致昊, 1865~1945)가 개인적으로 『찬미가』를 편찬하였다. 이 찬미가에는 “애국가”가 실려 있었는데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란 곡에 가사를 붙여 불렀다.

장로교에서 사용되던 첫 찬송가는 1894년에 언더우드가 출간한 『찬양가』인데 117편의 곡이 4성부의 악보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한편 평안남북도와 황해도를 포함한 서북지방에서는 1895년 기포드 부인(Mrs. Gifford, 1861~1900)이 편찬한 『찬셩시』를 사용했으며 당시엔 서북지방의 교세가 월등하여 1902년부터는 《장로교공의회》로부터 찬송가로 공인되기에 이르렀다. 1903-1907년 ‘대부흥운동’으로 개신교 안에는 ‘교파연합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그 일환으로 장로교와 감리교가 교회의 일치를 위해 연합으로 찬송가를 출판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1908년에 출간된 266곡의 『찬숑가』이다. 이 책에는 한국 곡조도 포함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며 사랑을 받았다.

기록에 의하면 1923년에 나온 『청년찬송가』에 처음으로 《금쥬가(禁酒歌)》가 수록되었고 찬송가 개편의 필요성이 생겨 1931년에 발간된 『신뎡(新定) 찬숑가』에는 모두 314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찬송가의 230장에도 《금쥬가(禁酒歌)》가 들어있다. 《금쥬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작곡가이자 성악가인 이화여전 출신의 ‘임배세(林培世, 1897-1999)’가 작사-작곡한 찬송이다. 이화여대 장정윤 교수가 쓴 논문에 의하면 임배세 선생은 강원도 원주출생으로 본명은 ‘임을선’이었고 젊은 시절, 미국에 유학하여 종교교육을 전공하였다. 102세를 향수한 그녀는 90세 무렵까지 미국 롱아일랜드대학 도서관에서 일하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화제의 《금쥬가》의 가사는 4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가사는 아래와 같다.

1. 금수강산 내 동포야 술을 입에 대지마라/ 건강지력 손샹ᄒᆞ니 텬치될가 늘 두렵다.

[후렴] 아, 마시지 마라 그술, 아 보지도마라 그술/ 죠션샤회 복 밧기는 금쥬함에 잇나니라.

2. 패가망신 될 독주는 빚도 내서 마시면서/ 자녀교육 위ᄒᆞ야는 동전 ᄒᆞᆫ푼 안 쓰려네.

3. 전국술값 다 합ᄒᆞ야 곳곳마다 학교 세워/ 자녀수양 늘 시키면 동서 문명 잘 빛내리.

4. 주님주신 내 재능과 부모님께 받은 귀체/ 술의 독기 받지 말고 국가위해 일ᄒᆞᆯ지라.

이 ‘금쥬가’는 1923년 『청년찬송가』와 1931년, 『신뎡(新定) 찬숑가』에 이어 1949년 『합동찬송가』에도 실려 있었으나 1963년 『개편찬송가』에는 누락이 되었다. 해방 후에 초교파 합동찬송가 편집이 추진되어 1949년에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가 참여한 한국찬송가위원회에서 『합동찬송가』를 발행했다. 그러나 1950-60년대에 교회 분열과정에서 생겨난 보수 교단들이 『합동찬송가』 사용을 거부하게 되어 통일된 찬송가의 사용은 오래가지 못하였고 1962년에는 예장합동측 교단과 고신측 교단에서 『새찬송가』가 나왔다.

이후 《한국찬송가위원회》가 1967년에 『개편찬송가』를 발행했으나 일부 교단에서 『합동찬송가』의 사용을 고집하는 바람에 한동안 『합동찬송가』 『새찬송가』 『개편찬송가』 등 3종의 찬송가가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찬송가’만이라도 하나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교계의 여론이 성숙되어 보수 교단과 진보 교단이 함께 참여하는 《한국찬송가공회》가 조직되었으며 한국개신교 선교100주년을 기념하여 1984년에 『통일찬송가』를 발행하게 된다. 이 『통일찬송가』가 바로 한국의 모든 교회가 공동으로 사용하던 ‘찬송가’로서 전부 55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통일찬송가』가 발행된 후, 세월이 지나 찬송가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2006년엔 총 645곡이 수록된 『21세기 새찬송가』가 발행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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