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능력주의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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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능력주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청년 정치인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과정에서 여성할당제 폐지, 사회지도층의 편법입시비리 근절을 주장하면서 내세운 능력주의 공정경쟁원칙이 청년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 대변인을 토론 배틀을 통해서 선출한다거나, 각종 선거의 후보선출 과정에 시험을 활용하자는 이준석 대표의 주장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능력주의란 개인의 실력이나 능력에 따라 소득이나 지위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평가를 받는 능력주의는 매우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지연이나 학연, 혹은 각종의 차별적인 관행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공정경쟁이 훼손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30대 청년 이준석이 나이에 따른 편견이나 학연과 지연을 극복하고 순전히 토론능력과 정책비전으로 당대표에 당선된 것이 바로 능력주의의 한 사례가 아닐까 한다. 객관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 결과에 대해 누구나 승복할 수 있을 것이다.

1750년대의 산업혁명에 의해 출현한 자유시장경제체제가 짧은 기간에 인류의 생활수준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도 이러한 능력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능력주의 원칙이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정의로운 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원칙이 되도록 정교하게 다듬어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능력주의에 대한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능력주의는 사회를 무한 경쟁에 의한 약육강식의 정글로 이끌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경쟁의 절차가 공정하더라도 처음 출발점이 다르다면 결과는 불공평할 것이고, 이러한 불공평 때문에 강자와 약자 사이의 불평등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며 강자에 의한 억압과 횡포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교육문제를 보더라도 그렇다. 부유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학생과 가난한 집안배경의 학생의 경쟁은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다. 그 때문에 교육을 통해서 부와 사회적 지위는 세습되는 경향이 생길 수밖에 없고 교육 기회의 불공정은 심화될 것이다.
실제 자본주의경제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났고, 최근에는 세계화와 기술혁신 때문에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는 추세에 있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사회주의가 나타났고 한때 사회주의가 인류의 희망이라고 여겨졌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타난 사회주의국가들은 모두 전체주의로 전락했을 뿐아니라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결국 사회주의는 완전히 소멸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주의 몰락의 근본원인은 능력주의를 무시함으로써 개인의 성취욕구를 꺾어 버린 데서 찾을 수 있다.

결국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해소할 현실적인 대안은 1930년대 서구에서 시작된 복지국가의 이념인데, 그 배경에는 기독교의 청지기 정신이 있다. 개인의 능력과 재능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므로 그 재능을 마음껏 사용하여 최선을 다해 일하되 그 성공의 과실을 자신의 것으로 독점할 것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위해 선하게 써야 한다는 청교도 정신이 서구 복지제도의 배경이다. 대표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은 일찍이 고율의 세금을 걷어서 다양한 재분배정책을 통해 모두가 존엄성과 자존감을 유지할 수준의 생활을 누리는 복지제도에 기꺼이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청지기 정신에 입각한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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