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처럼 되는 것이 있을까? 그중에서도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 ‘비우고 내려놓는다.’는 말처럼 어려운 말은 없을 듯하다. 나도 수없이 이 말을 즐겨 사용하지만 정작 내 삶속에서 비움과 내려놓음을 실천하기란 너무 힘들다. 정말 비우고 내려놓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일대학교 교수였던 헨리 나우웬은 비움과 내려놓음을 실천적으로 살아낸 전설 같은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자리와 기득권, 명성과 인생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장 낮은 곳으로 떠난 사람이다.
인간은 소유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갖고 살아간다. 인간이 가진 본능이 이기심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다.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어떻게 적절하게 운용하는가가 군주의 역할이라고 했다. 권력을 갖고 유지하려면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적당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요즘 우리가 보는 포퓰리즘 논쟁도 그런 논리이다.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욕망을 이용해 정치권력을 소유 쟁취하고 유지하려는 논리의 근거가 되는 대목이다.
예수께서는 이기적 욕망을 가진 인간의 속성을 이용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그 이기심을 비우고 내려놓으라 하셨고 자신이 먼저 비움과 내려놓음의 영성을 삶으로 실천하며 보여주셨다. 세상의 권력은 이기적 욕망을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얻는 것이지만 하나님 나라의 힘은 반대로 그 이기심을 비우고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그렇게나 바라는 권력이든 돈이든 그런 것들에 대한 소유욕과 나아가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의 끝판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권력과 부를 소유했던 사람 중 솔로몬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렸음에도 삶의 마지막 순간에 그런 것들의 허무를 말한다.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니 헛된 것에서 빠져나오라 충고한다.
예수께서는 이기심의 욕망을 다스리고 그 에너지를 타인 즉 이웃을 향한 에너지로 사용하라 하신다. 그런 삶이 하나님 나라의 주인이 되는 삶이라 가르치신다. 천국의 삶은 욕망하는 삶이 아니라 비움과 내려놓음의 삶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내려놓지를 못하고 있다. 집착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집착의 올무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유하고 싶지만 여전히 그 늪에서 헤매고 있다. 참으로 괴로운 삶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비워야 하고 내려놓아야 한다. ‘나’라는 이기심의 욕망을 다스리고, 할 수만 있다면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
매일 예수를 바라보면서 비움의 영성을 배운다. 예수께서 보여주신 내려놓음의 삶을 따라가려 몸부림친다. 끝없이 반복되는 올무의 늪에서 빠져 나오길 바라며 오늘도 기도한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