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교회개혁은 교육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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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과 교육개혁은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될 수 없다. 16세기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 운동이 일어났을 때, 이것이 일회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세대를 이어 영속적인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교육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개혁자들은 하나같이 다음 세대인 젊은이들을 바른 신앙 안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학교를 개혁하거나 새롭게 설립하였다. 교육개혁은 곧 신앙의 대(代) 잇기이다. 교육이 잘못되면 신앙의 전승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렇게 되면 교회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이것이 다음 세대 신앙교육이 중요한 이유이다.
16세기 제네바의 종교개혁자 장 칼뱅(1509-1564)은 1559년 제네바아카데미라는 학교를 설립하였다. 이것이 오늘날 제네바대학교로 발전하였다. 당시 초대 교장을 맡았던 칼뱅의 동료 테오도르 베즈(1519-1605)는 취임 연설에서 ‘경건과 학문’의 가치 아래 신학과 인문학의 균형, 교회를 위한 실천적 교육, 현장과 소통하는 신학교육을 추구하였다. 사실상 개혁교회가 빠른 시간 안에 유럽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뿌리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제네바아카데미의 신앙교육이 있었다. 이곳에서 복음을 배우고 익힌 인재들이 유럽 곳곳으로 흩어져 교회와 사회를 개혁하는 일꾼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제네바아카데미는 개혁교회 교회개혁 운동의 진정한 요람이었다.

1560년 역사상 최초의 장로교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 교회치리서>를 작성한 존 녹스(1513-1572)도 교회개혁에 있어서 교육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학의 설립과 운영에 대해 자세하게 제안하였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자녀들을 위한 무상교육, 여성까지 포함하는 보편교육을 제시한 것은 교육사에서도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였다. 따라서 흄 브라운은 <스코틀랜드 교회치리서>를 “스코틀랜드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헌”이라고까지 불렀다. 이와 같은 교회개혁과 교육개혁의 정신을 담아 1583년 설립된 학교가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대학교이다.
19세기 말 조선에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도 교회를 든든히 세우는 데 있어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기에 마을마다 교회와 함께 학교를 세웠다. 연세대, 이화여대, 숭실대를 비롯한 수많은 대학들과 중고등학교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세워졌고 이것이 곧 국민의 민도를 끌어올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교육개혁과 대학설립이야말로 그리스도교가 이 땅에 준 최상의 선물이었다.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장로회신학대학교도 그리스도교 복음이 맺은 아름다운 열매이다. 1901년 마포삼열 선교사의 자택에서 두 명으로 시작된 신학공부방이라는 작은 겨자씨가 자라 120년이 지난 후 수많은 새들이 깃드는 장로회신학대학교라는 큰 나무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어려운 순간마다 다시 일어서고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2020년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 생각, 관계를 완전히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교회의 목회환경과 신학교와 기독대학의 교육환경에도 엄청난 변화와 충격을 안겨주었다. 어쩌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생존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답도 교육에 있다고 믿는다. 복음으로 훈련받은 인재들이 21세기 위기상황을 돌파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해답이다. 그리스도교 정신에 뿌리를 둔 기독대학과 신학교가 세속에 물들 것이 아니라 교회와 사회를 책임질 그리스도인, 목회자, 지도자를 배출해야 한다. 나침반이 계속 조금씩 흔들리면서 방향을 찾아가듯이, 기독대학과 신학교도 부단히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변화를 꾀하며 하나님 나라의 푯대를 향해 달음질해 나가야 한다.

박경수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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