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간식창고

Google+ LinkedIn Katalk +

집에서 꼭 5천 보 거리에 솔터공원이라는 예쁜 이름의 쉼터가 있어 왕복 1만보 운동 겸해 자주 간다. 그곳에 가는 도중에 ‘간식창고’라는 가게가 있는데 제법 넓은 매장 안에 21세기 대한민국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온갖 간식거리가 가득하고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빙과류 코너에서 좋아하는 아이스캔디 한 개를 집어 들었다. 판매기에 적힌 대로 껍질에 찍힌 바코드를 인식시키고 1000원짜리 지폐를 기계에 넣으니 영수증과 함께 동전 잔돈이 두루룩 떨어진다. 600원을 집어 담고 400원 가격의 ‘옥동자’ 캔디를 밖에 나와 먹으니 목이 말랐던 차에 그대로 꿀맛이다. 만보 걷기 운동으로 소모한 칼로리보다 섭취한 당분의 열량이 더 많을지도 모르나 상관없다.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주변에 날로 늘어가는 무인 시설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이 미친다.
우선 무인대여 전동킥보드가 인도 곳곳에 세워져 보행을 방해할 정도이고 전동자전거도 많이 눈에 띈다. 사용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단기간에 수량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사업인 듯하고 도난이나 파손은 별로 걱정할 정도가 아닌가 싶다. 다니다 보면 ‘무인텔’이라는 숙박시설도 있는데 후배와 시골에 갔다가 한번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 청소하는 사람이 건물 어디엔가 있는 듯 했지만 입실과 퇴실이 아무 불편 없이 신용카드 하나로 다 되었다. 요금을 결제하면 기계에서 카드키가 나오니 가지고 방을 찾아가면 된다.

오늘날 무인 시설이나 기구의 보급이 늘어나는 것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사정의 압박하에 인건비를 절약하려는 절대적 필요가 있고 둘째로 CCTV같은 감시장비의 설치가 보편화되어 부정한 행위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무인 시설을 운영해도 심각한 리스크를 우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적 수준과 더불어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KTX나 SRT를 타고 부산이나 목포, 강릉을 다녀올 때 우리는 포켓에 들어 있는 승차권이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닫는다. 아예 검표라는 절차가 없으니 무임승차를 해도 그만이겠다는 불순한 생각마저 머리를 스쳐간다.
집 근처 ‘간식창고’ 앞을 지나면서 여기에도 감시카메라가 설치됐거니 짐작하면서도 눈을 들어 확인할 마음이 없다. 그런 것 없이도 아무도 과자봉지나 아이스캔디를 그냥 들고 나오지 않을 것이고 나중에 주인이 판매량과 수입 액수를 대조할 때 긴장할 만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적어도 그런 정도의 안심이 보장되는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면 오직 기분이 좋을 뿐이다.
각종 범죄는 우리 사회에서도 그치지 않고 그중에는 매우 지능적이고 규모가 큰 경제사범들도 많이 적발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국가경영의 책임이 있는 정부 당국이 법적, 제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고 우리 서민들은 제가 벌어 저와 가족이 먹고 살며 남의 것을 훔치거나 탐내지 않는 것으로 인간의 도리를 다하면 된다. 이것이 이 땅에 천국을 이루는 것이고 우리 대한민국이 나날이 거기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본다. 하나님의 은총, 이에서 무엇을 얼마나 더 바라랴.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