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로 강화 조치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차 대유행은 좀처럼 꺾일 기미가 없다. 지난 달 질병본부가 9월 이후 완만하게 잡힐 것으로 내다봤지만, 오히려 10월 3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하는 조치를 취하게 될 만큼 위급한 상황이다. 최근 외국에서 확산되던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뮤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검출된 이유가 크다.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상황이다. 지난 7일 세계 확진자는 약 2억2천2백만여 명이다. 이 중 4백5십9만여 명이 사망했다. 국내의 경우 26만3천여 명이 확진됐고, 이 중 사망자는 2,330명이다. WHO가 설립된 1948년 이후 선포한 세 번의 팬데믹 중 가장 많은 희생자와 피해를 기록한다. 1968년 홍콩독감의 경우 전 세계에서 약 1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신종플루는 214개 국가에서 발생해 1만 8,500여 명이 사망했다. 우리가 마주한 코로나는 홍콩 독감의 4.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아직 바이러스를 정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지난 1년 8개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중한 생명들이 쓰러졌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위협 앞에 두려움으로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믿어왔고 지켜왔던 숭고한 가치들은 낡은 것으로 치부되거나 사라져갔다. 경제는 세계적 공황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둡기만 하다. 그렇다고 생존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졌다. 이를 해결할 정치권에 사회적 통합을 바라기는 더욱 어려운 지경이다. 자당 이해득실에 따라 갈등을 부채질하기에 바쁜 행태로 보아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불과 유황으로 멸망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의 현대판으로 불리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다. 의인 열 명이 없어서 철저하게 파괴되고 멸망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는 현재 우리가 딛고 있는 대한민국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결국 유황과 불이 비처럼 내려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는 코로나 대유행을 네 차례를 겪어오면서 파괴되는 대한민국의 예표는 아닐까? 이 말은 대한민국의 희망이 될 교회가 무너졌음을 뜻하기도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일종의 ‘인민재판’격으로 집단 감염 원흉으로 내몰리면서 숭고한 교회 본연의 기능인 ‘복음 전파’는 어려워졌다.
이 과정에서 감염병 사태 극복과 인류애를 앞세워 예배를 축소하거나 문을 닫았다. 어떤 이들은 저항으로 맞서 싸우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또는 두 진영을 두고 비난과 비판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모두가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을 위한 선택이자 결정이며 행동이라고 강조하지만, 교회를 향한 세상인심은 냉담한 반응을 넘어섰다. 106회기 총회가 넘어야 할 산이다. 재앙을 극복하는 것과 교회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할 숙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함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는 28일 열리게 될 106회 총회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12시간의 회무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이마저도 코로나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변경될 경우 총회 장소가 재조정된다면서 총회 예비 장소로 두 곳을 더하여 선정했다. 역대 총회에서 일정이 하루였던 경우는 1946년 32회기에 있었다. 1943년 일제의 강압에 의해 일본기독교 조선장로교단으로 개편되면서 3년 동안 총회가 열리지 못한 점을 감안했을 때, 기적에 가까운 총회였고, 은혜의 총회라 불릴 만하다. 외세의 강압으로 빼앗긴 총회를 회복하고, 황폐해진 국토와 민심을 극복하며 일어선 단 하루의 총회는 한국 현대사를 선도해왔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총회와 교회를 지켜온 ‘복음의 열정’의 역사가 녹아져 있지 않은가.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역사라 할만하다. 우리가 마주할 하루의 총회는 재앙을 복으로 바꿀 화전위복(禍轉爲福)의 기회다.
‘복음으로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를 주제로 열게 될 106회 총회에 거는 기대이기도 하다. 오직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재앙을 복이 되게 한다. 치유와 화해와 회복의 능력이 복음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75년 전 단 하루의 총회의 기적이, 오늘의 한국교회가 다시 복음의 능력으로 바로 서는 총회가 될 것을 기대한다.
채영남 목사
<제100회 총회장·본향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