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망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자신이 망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현상은 비단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기업체나 국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망하게 되는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원인 없는 결과 없듯이 망하게 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고대 로마제국 멸망의 경우를 보면,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내적 타락이다. 물론 게르만 민족의 외적 침략이 로마제국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지만, 이런 외적 침략을 스스로 불러들인 근본 원인은 내적 타락에 있었다.
로마제국의 멸망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권이 바뀌는 것도 대부분 내적 타락과 부패 때문에 국민적 지지를 상실하여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의 최근의 실례를 보면, 이승만 박사는 일생을 애국애족을 위해 헌신해 온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광복 후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도록 하고, 6‧25전쟁의 위기 속에서 UN군의 도움을 통해서 이 나라를 구출하는 데 지대한 공로가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정권 말기에 사사오입(四捨五入)을 통해서 대통령 연임제한 규정을 철폐하였다.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서 자유당 정권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 물론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명령을 통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보고 싶지는 않지만, 그는 결국 자유당 정권의 부정부패에 휘말려 분노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4‧19혁명의 폭발로 인해서 정권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4‧19혁명의 혼란기에 혜성처럼 나타난 박정희 대통령도 이 나라 경제건설에 지대한 공적을 세웠다. 하지만 그도 초심을 상실하고 본인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과 권력욕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가 3선개헌과 유신체제를 단행하지 않았더라면 부마사태와 같은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성서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성은 왜 망하게 되었을까? 그들 도시국가들도 성적 타락으로 인해서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장개석 총통의 국민당 정부가 이끌어가던 중화민국과 미국의 막강한 군사적 지원하에 월맹과 싸우던 월남은 1975년에 왜 망했던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패전의 원인 중 하나는 장개석 군대와 월남군의 타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받아먹고 적에게 무기를 팔아먹는 정신상태를 가지고는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천리장성과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하더라도 돈을 받아먹고 적군이 그런 성(城)을 넘어가는 것을 방치한다면, 그런 성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남송시대에 편찬된 주자어류(朱子語類)에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정신을 한곳에 모으면 어떤 어려운 일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정신이 살아 있고 단결력이 강한 군대는 소수를 가지고도 다수의 군대를 격파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수의 병사, 많은 물자를 지원받는 군대라고 하더라도 정신이 썩어버리면 하루아침에 무너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정신무장이 군사무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처럼, 국가적 위기가 도래했을 때, 국민의 올바른 정신상태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가는 데 절대적 요소인 것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