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실패와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교회는 그들에게 복음의 은혜를 힘입음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필수 영양소와 정신적, 정서적 지원입니다. 바로 일용할 양식과 사랑입니다. 이는 또한 예수님께서 행하신 많은 일들 가운데 녹아 있는 복음의 능력이었습니다.
우리는 성경 말씀에서 절망과 무기력에 빠진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한 사람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수제자로서 예수님께서도 베드로를 늘 가까이 두셨으며 신뢰하셨습니다. 아마 당시 예수님을 따르던 많은 사람들과 제자들이 예측하고 기대하던 대로 예수님이 정치적 왕이 되셨다면 베드로는 예수님 최측근의 고위직에서 특권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 예수님은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십자가에서 처형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 베드로는 자기 신변의 안전을 위해 예수님을 부인합니다. 자신과 예수님이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거듭 못을 박습니다. 그렇게 베드로는 스스로 배신의 아이콘으로 나락의 길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자신의 못난 모습을 봅니다. 용납하기 싫은 패배와 예수님께 인생을 걸었던 삶의 실패를 직감한 베드로는 더 이상 예수님의 곁을 맴돌 수 없었습니다. 후회와 절망의 늪에서 베드로가 택한 길은 예수님과 함께 했던 3년의 세월을 묻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희망을 포기하고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그 베드로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찾아가십니다. 예수님은 밤새 고기를 잡느라 고단한 베드로를 위해 아침 식사를 마련해 또 다른 제자들과 함께 초대하십니다. 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예수님이 하신 일은 잘 구워진 물고기를 나누어 주시며 다정한 눈빛을 건네신 것입니다. 먹고 힘내라고 응원하는 격려의 눈빛을 건네셨을 뿐입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지금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지’ 물으셨습니다. 베드로는 부끄럽고 염치 없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예수님에 대한 한 가닥 사랑을 고백합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예수님은 베드로가 그 고백을 하기 전 이미 베드로의 마음에 예수님에 대한 미안함과 죄스러움과 여전한 신뢰와 사랑이 있음을 아셨습니다. 그 한 조각 믿음과 사랑의 불씨를 살리시려고 찾아와 주신 것입니다. “내 양을 먹이라.” 그 순간 베드로의 어둡던 마음에 빛이 들어오고, 주눅 들어 있던 마음은 용기로 충만했으며, 좌절한 마음은 희망으로 용솟음쳤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다시 한 번 수제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신뢰와 기대가 베드로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렇게 베드로는 다시 예수님의 제자의 길로 나아가 순교하기까지 예수님을 전하는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밥상머리 사랑입니다. 우리 교회에 육신의 힘을 주는 밥상머리 교제가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양식인 하나님의 말씀이 있기에 복음의 능력은 여전히 힘 있게 활동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사랑의 마음으로 영의 양식 풍성한 밥상을 제공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손신철 목사
<인천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