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2] 이념의 전선(前線)은 무너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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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에 관해서는 성서 고고학적 견해와 인류 고고학적 견해가 다르지만, 성서적 인간 창조론이나 플라톤이 주장하듯이 인류는 한 남자와 한 여자로부터 시작된 것은 확실시 된다. 태초에 남녀가 사랑의 씨앗을 통해 후손들이 발생하여 지구상 만방에 퍼지고 또 퍼져 오늘날 78억의 세계 인구로 번창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고대 4대문명 가운데 서구문명의 기원이 된 메소포타미아문명을 배경으로 탄생한 히브리문명과 오리엔트문명을 배경으로 탄생한 헬라문명은 서구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들 두 문명의 사상적 실체는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헤브라이즘(Hebraism)과 헬라를 중심으로 한 헬레니즘(Hellenism)이다. 전자는 야훼(Yahweh)라는 유일신의 존재와 계시를 중시하면서 인간들이 신의 영광을 위해서(Soli Deo Gloria) 살아가는 인간 사상으로, 대표적 사상은 헤겔리즘(Hegelism)으로 자유를 강조한다. 후자는 신의 존재를 거부하고 이성(理性)을 중시하면서 인간의 영광을 위해서(Soli Homines Gloria) 살아가는 인간 중시 사상으로, 대표적 사상은 마르크시즘(Marxism)으로 평등을 강조한다.

세계사의 흐름은 사상의 다양성, 문화의 다양성이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신앙생활할 수도 있고,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실존을 중시하면서 살아갈 자유도 있다. 또한 자유를 강조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고 평등을 강조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자유를 강조하는 헤겔리즘 추종자들은 자유로운 활동을 통한 인간의 능력을 인정해 줄 것을 강조한다. 세월이 경과하면서 능력의 소산으로 빈부 격차가 벌어진다. 이런 상황 타개를 위해 마르크시즘 추종자들은 개혁을 통한 평등사회 건설을 주장한다. 그런 평등사회 건설의 선언이 1848년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상은 국제공산주의운동(Comintern)의 분위기를 타고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소련을 통해 한반도에 밀어닥치게 되었고, 미국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38도선이 생기게 되었으며, 그후 6‧25전쟁 과정에서 휴전선이 생기게 되었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프랑스의 데카르트(Descartes)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인간의 사고나 주장에는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근대 독일 역사학의 대가 랑케(Leopold von Ranke)는 역사는 있었던 그대로 보아야 한다(Wie es eigentrich gewesn Ist?)라는 역사의 객관적 사관을 강조하였다. 인간의 신체에 왼팔과 오른팔이 있어야 조화와 균형이 맞는다. 만일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중에서 어느 한쪽이 이상이 생기면 제대로 걸어갈 수 없다. 이처럼 인간 사회에는 자유도 필요하고 평등도 필요하다. 어느 하나만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객관적 진실을 부정하는 억지이며, 독선이다. 지금은 탈이념시대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장한 대로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시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시대정신을 망각한 독선이다. 이제 이념으로 가로막혀 있는 휴전선을 남북한의 양심 세력들은 1989년 11월 동서독의 용감한 국민들처럼 분연히 일어서 ‘이념의 전선(前線)’을 부수고 새로운 통일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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