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본 삶의 현장] 릴리하의 한인기독교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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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석한 릴리하(1832 Liliha St.)에 있는 한인기독교회(Korean Christian Church)는 1937년 10월 3일 착공하여 1938년 4월 24일에 헌당한 교회다. 교회 건물은 광화문과 같이 만들어졌으며 기와로 된 이 층 누각 아래 아치형으로 되어 있는 일 층 문을 들어가면 그곳이 예배실이었다. 강대상 위에는 좌측에 성조기, 우측에 낡은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이 태극기는 언제부터 걸려 있었는지 때가 묻고 더러워져 보기가 민망했으나 아무도 별로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교회 강대상에 국기를 세워 놓으면 우상 숭배라고 난리가 난다. 그러나 이곳은 독립운동을 한 한인회관에 두 나라 국기를 세워 둔 관례 때문이었는지 아무 거부감 없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누더기가 되어 가는 태극기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 나는 한국에 같은 크기의 태극기를 주문해서 세워 놓았다. 본당을 바라보고 우측에 꽤 넓은 정원이 있고 깊숙이에 친교실이 있었다. 이 교회는 일부 예배는 한국 목사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상대로 한국어로 설교하고 이부는 나이 든 미국 목사가 젊은이들을 상대로 영어로 설교했는데 젊은이라야 듣는 사람은 2, 30명이었다. 이민 3, 4세라고나 할까? 아주 젊은 친구들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기는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미국인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들의 주장은 <한인기독교회>라는 간판에서 ‘한인’이라는 접두사를 떼지 않은 한, 교회는 성장할 수 없으며 교회는 교회 구실을 못 한다는 것이었다. 교회란 인종과 국경을 초월해서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미국장로교회’, ‘백인감리교회’ 그런 이름을 들어 본 일이 있는가? 이 교회는 ‘릴리하 장로교회’ 또는 ‘릴리하 기독교회’ 이렇게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교회는 지역사회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같은 미국 시민권을 가진 할머니들의 생각은 달랐다. 할머니들은 자기네가 죽은 뒤에 이름을 고치는 일은 상의하라고 결사반대하였다. 돈 주고 우리가 산 땅에 우리가 지은 집인데 왜 한인이라는 이름을 못 붙이는가? 누가 예배 보러 오든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교회다. 이승만 박사가 계실 때는 자기들이 손수 돌을 날라 지은 교회요, 상해의 임시정부에 독립 자금을 보냈던 본거지다. 교인이 없으면 어떻냐? 여러 민족이 사는 다원화된 나라에서 조상 민족 고유의 교회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할머니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당시 이승만 박사는 미국 교민들의 우상이었다. 조지워싱턴대학, 하버드대학을 거쳐 프린스턴 대학에서 1910년 박사 학위를 마쳤을 뿐 아니라 학업 중에도 또 그 후로도 미국 정계의 고관들을 만나 활발히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호놀룰루에 와서 한인감리교회의 ‘한인 기숙학교’ 학장으로 있었는데 여기서 ‘여자학원’을 만들어 독립하고 이것을 기초로 1922년 ‘한인기독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은 최초의 ‘한인기독교회’였던 것이다. 

할머니들은 교회에서 일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학생들을 보면 그저 “우리 대한 청년들” 하면서 손을 잡고 감격에 넘쳐서 좋아 어쩔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병에 김치를 담아 와서 예배가 끝나면 김치를 들려 보내며 교대로 집에 불러 저녁을 먹여 보냈다. 이 호놀룰루에는 한인감리교회가 활발해서 교인이 많았는데 나는 입국할 때 자원봉사자가 적어준 전화번호 때문에 이 교회에 나오면서부터 계속 이 교회의 교인이 되고 또 찬양 대원도 되었다. 대부분 학생은 외로움을 달래려고 이곳에 나왔는데 이곳은 교회가 한국처럼 보수적이 아니어서 전혀 부담감이 없었다.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 아주 가까운 친척들이 모여 잔치를 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교인들은 깨끗하게 단장하고 와서 손을 흔들고 인사하거나 오랜만에 나온 사람들은 껴안고 수다를 떨며 잔디 위에 널려져 있는 벤치에서 담소했다.

오승재 장로 

•소설가

•한남대학교 명예교수

•오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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