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리더] 똠방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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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수교되기 전 우리나라의 저명한 대학총장이 북경대학에서 유학 온 김일성대학 출신의 대학생들에게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념 대결이 첨예한 시절이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할 수가 없어 이야기 하나를 전한 후 강단에서 내려왔다. “옛날 한 고을에 원님이 새로 부임했다. 부임을 한 첫해 흉년이 들자 원님은 고을에서 가장 잘사는 사람을 붙잡아 강제로 그의 곡식창고를 열게 하여 식량을 분배했다. 다음 해도 흉년이 들자 두 번째 부자의 창고를 열게 하여 식량을 분배했다. 내리 5년을 원님이 식량 문제를 해결해 주자, 고을의 백성들을 일을 하지 않았다. 일을 하지 않아도 먹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원님 덕분에 그 고을은 나라에서 가장 못사는 고을로 전락했다.” 

러시아혁명이라는 공산주의 유령은 제국주의가 지배하는 식민지 국가들 사이에 급속히 전파되었다. 모택동은 공부론(共富論)을 앞세우며 공산주의 혁명에 성공했으나 중국 인민들은 가난을 피할 수 없었다. 자력갱생의 대약진운동은 인민의 궁핍을 초래했다. 문화대혁명의 광기가 지난 후 정권을 잡은 등소평은 1992년, “자본주의시장경제도 있지만 사회주의시장경제도 있다면서 아랫목이 따듯해지면 윗목도 따듯해진다는 선부론(先富論)과 검은 고양이 든 하얀 고양이 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描論)으로 개혁개방노선의 확대를 주창했다.” 그는 개혁과 개방을 실천하면서 삼보주(三步走) 운동을 전개했다. 인민의 먹고 입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제1보 원바오(溫飽), 따듯한 음식을 배불리 먹는다. 중국인의 삶을 중류 이상으로 이끌어 올린다는 제2보 샤오캉(小康), 삶을 편안하게 한다. 크게 발전하여 모두가 잘 사는 사회가 목표인 제3보 다퉁(大同)은 중국 경제에 동기를 부여했다.

‘도광양회(韜光養晦)하라’는 등소평의 유언을 어기고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종신집권을 꾀하는 시진핑 주석은 베이다이허 회의를 끝낸 후 국가주의와 공동부유, 자력갱생 등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모택동의 시절로 회귀한 것이다. 모택동의 공부론은 ‘생산력 저하’라는 검증이 끝난 실패한 정책이다. 사교육 규제와 빅테크 기업 규제 등은 평등주의를 내세운 시진핑의 겁부제민(劫富濟民) 정책은 동기부여를 약화시키는 대표적인 뺄셈정책이다. 그는 경제난으로 재정수입의 감소를 예상되자 ‘3차 분배이론’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1차 분배는 시장의 효율에 따라 부를 분배하고, 2차 분배는 국가가 세수와 사회보장을 통해 부를 분배하고, 3차 분배는 가진 자가 도덕적인 역량을 발휘해 자발적으로 부를 기증하는 분배하는 이론이다. 

그러나 중국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3차 분배는 국가의 몫이 아닌 종교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하던 짓도 멍석을 깔아주면 안하다는 속담처럼 강요된 기부는 겁박이다. 자유가 아니다. 우리의 말에 ‘기분(氣分)이 좋다’는 말은 나의 기(氣)를 나눌(分) 때, 내 것을 나눔으로 얻는 좋은 감정을 의미한다. 규제와 강요가 동반된 기증은 기분이 나쁜 감정을 유발해 삶을 위축시킨다. 기업을 할 자유와 종교의 자유 등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가 개방을 이끌고 개혁을 통해 인류발전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고영표 장로 (의정부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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