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가을을 청옥같이 맑고 드높다. 약 200여 명의 동문들이 정든 모교에 모여 체육대회를 한다. 경신 졸업생들은 매년 모이는 총동문회 총회, 체육대회, 경신 인의 밤 모임마다 교목에게 개회 기도를 부탁한다. 아멘 소리가 고요한 운동장의 정적을 깼다. 경신 출신들은 믿든 안믿든 모이면 기도로 시작한다. 축구시합이 중반전에 이르고 식사후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대화의 꽃을 피웠다. 교목인 나도 자리를 같이 했다. 그중에 한 동문이 “교목 목사님 학창시절 예배시간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기독교학교 졸업한 사람들은 무엇이 달라도 다름을 느낍니다.”
기독교계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도 졸업 후에는 예배시간이 가장 인상깊게 남는다고 하는데 고등학교도 그런가 보다. 졸업 후면 각각 흩어져 사는 동문들의 소식을 알길이 없는 지라 궁금하던 차에 무엇인가 다른점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받아놓았던 그의 명함(MAINKOREA대표이사)을 보고 이메일을 보냈다. “기독교학교 졸업한 사람들은 무엇인가 다른점이 있다”고 하였는데 어떤 것들이 다른지 구체적으로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다. 다음은 내 이메일을 보고 보내온 그 권병천 동문(68회)의 답변이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의 학교에서의 예배시간은 성인이 되고 시간이 지나니까 저에게는 정신적으로 긍정적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 된 것 같습니다. 주 1회 전교생 예배시에 고3때 담임선생님이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들의 감동적인 사중창 화음이며 매주 화요일아침마다 드리는 학급예배시간의 담임선생님의 간절한 기도. 졸업 후, 우리 동기들 결혼식장에 축의금 봉투를 들고 오셔서, 식장에서 만난 저희들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시면서 격려해 주신 기억들. 이루 말로 표현키 어려운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기독교 학교의 예배시에 음악시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들었던 찬송가 소리가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항상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지요. 부드럽고 인자하신 교목 목사선생님, 무엇이든지 용서가 되고, 어떠한 경우라도 부드럽고 사랑스런 마음으로 우리들을 어루만져 주시던 교목선생님의 설교와 교훈, 인자하신 모습이 몇십 년이 지나니 더욱 새로워지는 것은 저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 같군요. 모범적인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남의 고통과 괴로움에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와 인내심을 가르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졸업 후 지금까지도 출석하는 교회 예배시간에 설교 말씀을 들으며 주님의 위로로 열심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김 목사님 건강하시고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상은 제68회 권병천 동문의 신앙고백이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예배시간과 담임선생님의 기도, 선생님들의 특별 찬양, 교목 목사님의 인자한 모습 등이 졸업생들의 기억에 일생동안 남아 있다. 특히 훌륭한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특별히 남의 고통과 괴로움에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와 인내심을 가르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그의 말은 기독교학교 교목은 물론 기독교사들의 기독교교육을 통한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의 기독적인격(교훈) 양성은 우리 경신학교의 자랑이다.
김종희 목사
• 경신 중ㆍ고등 전 교목실장
• 전 서울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