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말없이 집을 나서는가 하면, 학교에서 돌아온 후에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엄마가 뭔가를 묻고 말을 걸면 “아니”, “몰라”, “싫어”로 대꾸합니다. 속이 터진 엄마가 “너 왜 그러니? 너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라고 따지면 “다 귀찮단 말이야. 말하기 싫다는데 왜 그래?”라며 문짝이 부서져라 닫고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남들은 딸과 대화를 시도해 볼라지만 대화는커녕 틈새도 보이질 않습니다. 저는 고민하는 그 아이 엄마에게 편지를 쓰라고 권했습니다. “사랑하는 딸에게! 지난밤은 잘 잤니? 요즘 너 많이 힘들어 하는 거 엄마가 잘 알고 있단다. 귀찮게 해 미안하구나”로 시작되는 연애편지를 쓴 뒤, 예쁜 꽃봉투에 넣어 잠든 딸의 책상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편지 끝에 “엄마는 네 답장 한번 받아보는 게 소원이야. 엄마 소원 좀 풀어 주렴. 사랑하는 엄마가”라고 썼습니다. 사흘 뒤 딸이 놓고 간 예쁜 꽃봉투가 책상 위에 있었습니다. 엄마는 편지를 읽으며 한없이 울었습니다. 그날 밤 엄마와 딸은 껴안고 실컷 울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박종순 목사
•충신교회원로
•증경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