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독교 신앙인이라 하더라도 고난을 맞을 때 그 모습이 한 가지일 수 없다. 2년 동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한결같이 하나님께 기도하며 이 세계적인 역병을 물리쳐 주시라는 간구를 드렸으나 우리나라에서 감염 확진자는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고 중한 증세의 환자와 사망자의 수도 따라서 증가하여 국가 사회가 위태하게 돌아간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무차별적으로 전염병에 걸리고 목숨을 잃기도 하는데 기도를 계속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의지가 흔들릴까 두렵다.
하나님께 원망의 마음이 생긴다면, 그 사람은 아예 이 팬데믹은 인간의 잘못된 행적에 대한 구약시대와 같은 징벌이라고 믿는 사람과 비교해서 누가 더 바른 신앙일까 하는 의문도 있다. 또 이런 사태에 대하여 하나님께서는 인간들이 쌓아 올린 과학과 치료의 능력을 가지고 스스로 해결해 보라고 놔두시면서 다른 어떤 뜻을 펼치고 계시지 않나 하는 위험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재작년 겨울 우한 코로나가 이 땅에 침입하던 때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우리 크리스천들의 기도는 가속도를 더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방역시책에 순응하여 교회마다 거리두기 방식을 정하고 드문드문 앉아 예배를 드리다가 한동안은 예배당을 완전히 비우고 일컬어『비대면 예배』로 전환하여 상당 기간을 컴퓨터와 TV와 스마트폰에 의지해야만 했다. 다시 제한된 인원의 대면 예배가 허용되어 차츰 본당이 제 모습을 되찾아가는가 했더니 변이바이러스와 돌파감염으로 인해 새로운 제약이 눈앞에 있다. 교회에 가지 않는 주일을 거듭하면서 교인들이 비대면 예배에 길들여지지나 않을까 하고 교역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우려를 해왔는데 과연 어떤가? 한주일을 집에서 예배보면 그만큼, 두 주일을 빠지면 또 그만큼 아쉬움과 상실감이 커지는 것을 우리는 절실히 깨닫는다.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은 다 함께 참혹한 전쟁을 경험했고 그에 이어진 세월 중에 다음세대들도 나름대로 고난을 겪었고 20여 년 전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사태 같은 매우 심각한 시기도 있었다. 우리가 다 알고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인들도 다 인정하듯이 대한민국은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나라요 백성들이다. 전쟁의 폐허 위에 경제건설을 이뤘고 군사독재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펼쳐 모든 사람이 기를 펴고 살고 있다. 참으로 뜻하지 않은 고난이 세계를 휩쓸며 우리에게까지 왔는데 이야말로 이나라의 고난극복 DNA를 과시할 기회이다.
대강절 예배를 인도하면서 소망교회 김경진 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마라나타를 외치셨다. 사도 바울이 아람어로 Maranatha라 부르짖었든지 Maran Atha라 했든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주 예수여 어서 오소서”의 뜻은 한가지라고 하면서 성경에 꼭 한번 등장하는 이 비장한 절규를 하늘에 울릴 때가 바로 이때라고 말씀했다. 예배당에 가는 대신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비정상의 아쉬움에서부터 혈육을 전염병으로 잃는 비극에 이르기까지 고난의 심도는 다를지라도 하나님께 의지하고 매달리고 심지어 원망까지 서슴지 않는 믿음에서는 이 지구상의 어느 백성들에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우리는 이 대강절을 지낼 것이다.
이 땅의 마라나타 외침이 가장 크게 울리면 주님도 이곳에 맨 먼저 임하시리라.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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