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세계를 섬기고 이끌어 온 지도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은 지구의 북반구 북위 24도-45도 사이의 지역이라 한다. 쉽게 말해 북반부의 온대 벨트에 있는 나라들이다. 그 안에 우리나라도 있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이탈리아, 미국 등 6개국은 온대 안에서도 잠업(누에고치 농사)이 가능해 본견 실크가 생산되는 지역이다. 특상(A+) 지역이다. 철학과 문화도 4계절이 있는 곳에서 발전했다. 겨울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무엇인가? 눈, 크리스마스, 어묵, 호빵, 빵모자, 목도리 등. 클래식 음악도 4계절을 가진 나라, 특히 추운 겨울을 가진 나라 작곡가들이 많다. ①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 1번 g단조 op 13 ‘겨울날의 환상’ ② 장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작품번호 26(Finlandia). ③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슈베르트의 대표적 연가곡으로 1827년 죽기 한 해 전 그의 나이 30세 때 작곡한 것). 많은 시인들이 시를 쓰고, 많은 음악가들이 노래를 작곡하게 만드는 겨울, 열대지방의 사람들은 추위에 대한 긴장이 없다. 그러나 겨울을 견뎌야 하는 온대나 한 대지방의 사람들은 긴장이 있다. 우리나라도 김장하고 지붕 새로 잇고 곡식 저장과 땔감 저장이 완료돼야 마음이 편했다. 신앙의 겨울도 준비해야 한다. 순탄한 평화의 시기가 있는가 하면, 시련과 고독의 겨울도 있기 때문이다. 바울 사도는 옥중에서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며 세 가지를 요청하고 있다. ① 마가를 데리고 오라. 그가 필요하다. ② 가보의 집에 맡겨둔 겉옷(외투)을 가져오라. ③ 가죽 종이에 쓴 성경을 보내다오(딤후 3:9-15). 우리들도 추운 계절인 겨울을 준비해야 겠다. 인생의 겨울인 노년기와 질병과 가난으로 시달리는 유병기(有病期)를 준비(대비)해야 겠다. 옛사람들은 준비를 중요하게 여겼다. 주자 십회훈에도 준비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되니 적기에 적합한 행동(right time, right place, right action)을 강조했다. “봄에 심고 가꾸지 않으면 가을에 추수할 것이 없다”(春不耕種, 秋後悔)와 “부실한 담장을 미리 손보지 않으면 도둑맞은 뒤에 후회하게 된다”(不治垣墻, 盜後悔)는 것 등이다. 우리는 어릴 때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人無遠慮 難成大業)거나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날에 걱정거리가 생긴다”(人無遠慮, 必有近憂)라는 말을 외우게 하였다. 군대에서도 ‘편안할 때 위기에 대비하라’(居安思危)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열심히 일해 저축해 놓고 사는 개미와 노래만 부르다 먹을 것이 없어 꾸러 다니는 베짱이 얘기는 단골 동화 소재다. 정학유(丁學游. 1786-1855)가 쓴 농가월령가는 영농캘린더인데, 농부들이 시절 따라 영농과 준비할 일들을 자세히도 적어 놓았다. “11월(음력)은 중동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하였던고, 몇 섬은 환(換)하고, 몇 섬은 왕세(王稅)하고 얼마는 제반미(祭飯米)요 얼마는 씨앗이며 도지(賭地)도 되어 내고 품값도 갚으리라. 시곗(市契)돈 장릿(長利)벼를 낱낱이 수쇄(收刷)하니 엄부렁 하던 것이 나머지 바이없다. 그러한들 어찌할꼬, 농량(農糧)이나 여루리라. 콩길음 우거지로 조반석죽(朝飯夕粥) 다행하다.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동지(冬至)는 명일이라 일양이 생하도다. 시식(時食)으로 팥죽 쑤워 인리(隣里)와 즐기리라. 새 책력(달력) 분포하니 내년 절후 어떠할꼬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루하다… 등잔불 긴간 밤에 길쌈을 힘써하소.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서 잣고 짜네” 우리나라 옛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또 살펴본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