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27·LA 에인절스)가 2021년도 미국 메 이저리그의 MVP로 선정되면서 일본을 떠들썩하게 흔들었다. 그는 일찍이 고등 학교 시절부터 인생의 포부를 세우고 치 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철저하게 실 천한 선수로 정평이 나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의 계획대로 최우수 선수가 된 오타니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의 다 음 목표인 월드시리즈 우승 목표달성 여 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초점이 되었 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해 가 되면 여러 가지 목표를 내세우고 이를 실천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것을 당연하 게 여기곤 했다. 그러나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취소되기가 보통이기에 작심3일 (作心3日)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여겨 진다. 그러나 오타니는 자신이 세운 목표 를 이루기 위해 치밀하게 세운 계획을 빈 틈없이 실행했기에 오늘의 영광이 따랐 다고 여겨진다.
중학생 시절에 중국 무술영화를 보았 는데, 무술을 연마하는 생도들이 높이뛰 기 연습을 위해 옥수수를 심어 놓고 그 위를 매일 뛰는 연습을 하는 광경을 보았 다. 마침 살던 집 근처에 공터가 있어 옥 수수를 심고 뛰어넘기를 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게 쉬운 일이었다. 그 런데 한 주일이 지나자 긴장이 되면서 서 서히 어려움이 닥쳐왔다. 마침 시험 기간 이 되어 며칠 쉬다가 나와 보니 옥수수는 너무도 높이 자라 있었다. 영화에서 무술 학도들은 온 힘을 다해 옥수수를 넘었지 만 나는 앞으로 무술을 정진할 이유도 없 기에 ‘여기에서 나의 훈련을 중단하자’는 자기 합리화를 이끌어내면서 엉터리 높 이뛰기 훈련을 중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부터는 제대로 이루지도 못할 다짐이나 목표 설정을 하는 억지는 부리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가장 중요 한 학과목으로 보통은 영어를 꼽는다. 그 리고 영어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영어단어를 많이 암기해야 한다는데 이 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를 포 함해서 많은 학생들이 비장한 마음으로 영어사전을 통째로 암기하는 모험을 단 행하기도 한다. 다행히 옛날에는 3천 단 어를 수록한 작은 사전이 있어 가벼운 마 음으로 이를 처음부터 암기하기 시작했 다. 그러나 이를 끝까지 실천하는 일은 결코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초반에 나오는 단어인 ‘포기하다’ 란 ‘Abandon’을 열심히 암기하고는 더 이 상은 진전이 없이 곧 암기를 포기하는 일 이 많았다.
물론 나도 이 영어단어의 뜻대로 포기 하면서, 영어의 뜻이 ‘포기하라’는 것이니 암기하는 공부를 포기한다고 말했던 기 억이 있다.
이제 새로운 한 해가 돌아왔다. 예전 과 달리 이번 새해에는 어떤 새로운 일 을 할까를 생각하기보다 어떤 일을 하지 말까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것은 나 도 이제는 새로운 것을 계획하는 것보다 는 필요 없는 것은 버려야하는 나이가 되 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할 수 없 는 많은 일만 나열하는 것도 삼가야기에 우선 한 가지만이라도 설정해 보기로 했 다. 그것은 ‘버럭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행동이나 말은 굼뜨면서 도, 화를 내는 속도는 몹시 빠르다는 것 을 느꼈기 때문이다. 설사 남에게서 섭섭 한 말을 들었어도, 이에 즉각적으로 대 응하기보다 반 박자만큼 늦게 대응하면 서 가급적이면 화를 삭이기도 하는 습성 을 기르기로 했다. 이렇게 말을 반박자만 늦게 하다보면 필요 없는 화를 낼 필요를 많이 없앨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