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싶은 이야기] 인간은 아름다운 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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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수학자, 물리학자, 종교철학자인 파스칼은 그의 유명한 명상록 『팡세』에서 인간을 절묘하게 두 가지로 묘사했다. 하나는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은 아름다운 오르간 음악’이라는 것이다. 생각하는 갈대란 인간은 무척 약하여 넘어지고 부러지기 쉬우나 이성적 동물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오르간 악기라는 것은 바람의 힘과 연주자의 기술이 합쳐져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오르간의 뜻을 본 딴 것으로, 하나님의 능력과 사람의 노력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는 의미이다.

아름다운 오르간 음악은 오르간 악기와 연주자의 기술과 연주자가 연주할 때에 오르간을 통해서 들어오는 바람, 이 셋의 조화이다. 연주자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오르간이 없으면 오르간 음악은 없다. 오르간과 연주자가 있다고 해도 바람이 없다면 아름다운 음악은 없다. 오르간의 아름다운 음악을 위해서는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이 셋의 조화에 의해서 오르간은 비로소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음악을 선사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 ‘포레스트 론’(Forest Lawn)이라는 공동묘지가 있다. 이 묘지의 설립자인 휴버트 이튼(Hubert Eaton)은 죽음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 죽음 후에 영생이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이 묘지를 설립했다는 것을 ‘설립자의 신조’(Founder’s Creed)에서 밝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묘지 안의 큰 상영관에서는 두 가지 대형 유화를 설명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가로가 90미터가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화인 “십자가에 못 박히심”(The Crucifixion)과 “부활”(The Resurrection)이다. 이 상영관에 들어서면 고요한 오르간 연주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르간의 선율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이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담은 찬송들이다. 수만 구의 시체가 묻힌 묘지이지만 오르간의 연주가 흘러나옴으로 두려움이 아니라 위로와 소망과 감격이 넘치는 곳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곳에 갈 때마다 오르간 음악을 들으며 이곳이 묘지가 아닌 천국이 아닐까 하는 감동을 받곤 하였다.

인류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산다면 전쟁은 없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냉전시대의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으로 언제나 전쟁의 불씨를 안고 살았다. 냉전시대가 끝나면 평화만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른 망상이었다. 냉전시대가 안고 있던 흑백논리나 진영논리는 신냉전시대를 자초했다고도 한다. 이런 전쟁의 불안은 지구촌 안에 도사리고 있다. 또한 이념보다 더 무서운 극단 종교테러집단이 이전보다 더 무서운 기세로 세상을 떨게 하고 있다.

△개안수술 및 작은자를 위한 찬양제 연주 모습.

2001년 미국의 ‘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을 비행기 테러로 사라지게 한 ‘알카에다’의 만행은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4.500여 명의 목숨을 무참하게 앗아갔으며 미국 국민은 물론, 세계인을 경악하게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미국은 큰 슬픔에 잠기게 되었고 미국과 세계의 경제를 순식간에 흔들어 놓았다.

이 모두가 조화되지 못하고 마음의 각을 세운 대립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픈 것은 국가의 최고 엘리트들이 버마 아웅산 사태로 졸지에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일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왜 데려갔는지 알 수는 없으나 대한민국의 노른자위 같은 인물들이 초개(草芥)와 같이 피지 못하고 사라진 것이다. 이는 북한 공작단의 테러 행위로 말미암은 불행한 분단의 역사이다. 뿐만 아니라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우리의 기둥과 같은 46명의 젊은 용사들이 생명을 빼앗겼다. 이 모든 불행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 대립으로 인한 역사의 산물이다.

바라건대, 인류가 부디 오르간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소리와 같이 각자의 다른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어 하나의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도나도 하나가 되어 서로 밀어 주고 끌어 주는 조화를 이루며 평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는 날을 기대한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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