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40년 전 내가 직장 생활을 한 지 몇 년이 되지 않았을 때에 이야기입니다. 직장에서 신유회가 있어 열심히 참석을 하곤 했습니다. 신유회 회장님은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장로님이셨는데, 그 장로님의 간증의 말씀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귀에 생생하며 신앙생활을 하며 지금까지 지나오는데 많은 위로가 되었고, 장로님의 신앙이 나의 신앙의 모델이 되기에 여기에 글을 남겨 봅니다.
어느 날 새벽, 며느리가 장로님에게 헐레벌떡 찾아 왔습니다. 손자가 밤새 열이 나고 아프니 장로님에게 와서 손자를 위해 기도를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줄도 잘 몰랐고 어느 정도 아파서는 병원에도 잘 가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동네에 약국이 있는데 아침 9시나 되어야 문을 열기 때문에 약도 살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장로님이 아픈 손자를 붙들고 하나님에게 간절히 그리고 열심히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뿐인 손자가 열이 많이 나고 아프니 치유의 손길로 만져주시어 열도 내리고, 낫게 해 달라고 땀을 뻘뻘 흘리며 2시간 가까이 기도를 했으나 손자는 나아지지 않고 그대로였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9시가 되자 며느리가 약국에 가서 해열제와 약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손자에게 사온 약을 먹이니 얼마 되지 않아 열도 내려가고 아픈 것이 나아지고 있었습니다. 장로님께서는 손자가 약을 먹어 나으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하나님에게 서운함이 밀려왔다고 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며느리 앞에서 시아버지로서, 장로로서의 체면 좀 세워주시지 한평생을 주님만 바라보고 주님만을 믿으며 살아왔는데 이런 나의 기도가 해열제 한 알만도 못한 것 같아서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을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응답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네가 평생을 나를 믿으며 기도를 했다고 했는데 너의 기도가 아침이 되어 해열제 하나만 사다 주면 나을 그런 것에 매달려 기도하려고 평생을 나를 믿었느냐?” 하는 말씀과 함께 네가 기도할 일은 따로 있다, 시간이 가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 아닌 주님을 전하는 일에 기도해야 하는데 너는 너의 체면과 조그마한 이익만을 위해 기도하는구나 하는 하나님의 말씀에 회개하고 주님을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동안 나의 지나온 일들을 생각해 볼 때 좋고 기쁘고 즐거운 일들도 많았지만, 힘들고 어렵고 기도가 응답이 안 될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이 장로님의 간증을 생각해 봅니다. 나의 기도가 정말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기도인가? 아니면 나의 모든 사정과 형편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기도 전에 벌써 해결해 놓으신 것은 아닌가? 하곤 생각해 봅니다. 오늘도 나는 기도합니다. 하나님 나의 기도가 나 자신만을 위하는 기도가 아니라 주님의 큰 뜻을 알리고 그 뜻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응답하여 주시는 기도를 할 수 있게 하옵소서.
이상구 장로
<대전노회장로회장/동대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