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정부당국에서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게 증명삼아 네모진 ‘QR코드’를 핸드폰에 찍어준다.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은 사각형 안에 대국이 거의 끝나가는 바둑판 모양으로 찍힌 이 도형이 어떻게 접종완료자를 수천만명 인구 중에서 가려내 주는 지 알지 못하지만 그냥 하라는 대로 휴대전화기를 들고 카톡을 열고 몇 번 흔들어 화면에 뜨는 QR코드를 보여주고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간다. 이런 절차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동사무소에서는 주민등록증 뒤에 깨알 같은 글씨로 된 접종완료 스티커를 붙여준다.
어느 나이든 친구가 교회 근처 커피도 파는 빵집에 들어 가니 직원이 QR코드를 찍으라고 한다. 그는 지갑을 꺼내 주민등록증 뒷면에 찍힌 접종완료 증명을 보여준다. 요즘 말로 2030에 해당하는 여직원은 깨알 같은 글씨에 눈길도 주지 않고 “QR코드 찍어주세요” 한다. 그는 자신의 증명서를 가까이 보여주며 “이것이 접종완료 증명인데–” 하고 맞선다. 그러자 직원은 “그러시면 나가주세요” 하고 제 볼일을 보려는 듯 돌아선다. 당혹스러운 처지가 된 이 손님은 “이봐요!” 하며 등을 보인 직원의 어깨를 툭 친다. 그 순간 직원은 “왜 사람을 때려요” 외치며 “경찰 불러요” 하고 소리친다.
이것은 며칠 전에 내가 겪은 조그만 사건이다. 뒤따라온 장로님들이 어리둥절하여 바라보기에 앞장서서 나와서 몇 집 건너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가 차를 마셨다. 질병관리청 1339번에 전화를 걸어 주민등록증에 찍힌 접종완료증명 외에 QR코드를 꼭 찍어야 하는가 물은 즉 QR코드는 그 업소 출입을 증명해주기도 하는 것이니 요구가 있으면 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요컨대 내가 틀렸다는 얘기다. 화가 난다. 나도 일찍이 질병청에서 찍어준 QR코드를 전화기에 담고 있고 거기엔 COOV 앱도 깔려 있지만 우리 세대에 편리한 글자 증명이 출입을 보장해줄 거로 믿었던 것인데 배신을 당한 느낌이었고 그에 더해서 젊은이에게서 이런 대접을 받아 마땅한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사회의 부조리 현상들을 목도하고 경험하면서 특히 정치가 부당하게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분노한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의 계절인 근자에는 세대간 격차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정당들은 젊은 표심을 붙잡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들도 젊은이들을 이해의 눈길로 바라보며 많은 나이가 당연히 누려야 하는 사회적 프리미엄 같은 것은 아예 기대하면 안된다고 다짐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의 기준으로 분명히 무례에 해당하는 행동을 만날 때 젊은 세대 일반에 대한 사랑의 눈길은 일시에 사라지고 원인을 나에게서 찾아보려는 너그러움도 한갓 가식이 되고 만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서는 안될 것 같다.
빵집에 다시 들러 나를 홀대한 그 여직원을 다시 한번 찾아보고 어려운 때 일 잘하라고 격려해 주는 것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때 큰소리로 야단치고 법석을 떨지 않았던 것이 잘한 거라고 스스로 위안해 본다. 애써 간직한 바른 소견을 놔두고 내 밖의 것들에 대한 반응으로 살면 나를 잃고 까딱하면 다 잃는다, 사랑을 잃고 세상은 더 삭막해질 뿐이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