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명의 뛰어난 철학자가 있다. 바로 베이컨이다. 그 한 사람은 로저 베이컨(Roger Bacon, 1214-1294)이고, 다른 한 사람은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이다. 로저 베이컨은 중세의 철학자이고, 자연과학자로서 관찰과 실험을 강조한 철학자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근대 경험론 철학의 시조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학문의 일대혁신을 제창한 근대사상의 기수로서 귀납법을 제창하고 과학과 기술에 의한 자연지배 사상을 역설하여 서양 근대문명에 불멸의 영향을 끼쳤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뛰어난 철학자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정치가였다. 그는 그의 명저 『학문의 진보』에서 “감정은 현재만을 보고, 이성은 미래와 시간의 전체를 본다”라고 하였다. 감정은 맹목적이라고 흔히 말한다. 인간의 감정은 이기적이고 편협하고 옹졸하고 깊이가 앖고 단순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분노의 감정의 노예가 되면 살인도 부른다.
여러 해 전에 불량하고 품행이 좋지 않은 한 사람이 아무 이유도 없이 강의하러 온 리퍼터 주한 미국대사를 칼로 찔러 중태에 빠트려 하마터면 동맹국 간의 신뢰가 깨어질 뻔한 위태로운 사태가 있었다. 피의자에게 무슨 이유로 대사에게 테러를 자행했는지 물었더니 까닭 없이 감정을 참지 못해 그렇게 했다는 대답이었다. 베이컨이 말한 대로 얕은 감정은 불행을 자초한다.
또한 다정한 신혼부부가 추석을 맞이해서 친정에 먼저 갈 것이냐, 시댁에 먼저 갈 것이냐를 놓고 말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신부는 이제 떨어져 살아야 하는 어머니, 아버지에게 먼저 가야 한다고, 남편은 결혼해서 분가했으니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에게 먼저 가야 된다고 말하며 옥신각신 싸우다가 이혼을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감정은 이기적이고 편협하고 단순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성서는 우리에게 교훈하기를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약 1:19)고 하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듣기는 더디 하고 말하기, 성내기는 속히 한다. 말하기, 성내기를 속히 하는 것은 얕은 감정 때문이다. 사람이 얕은 감정을 가지고 살면 불같이 화를 내는 실수와 실패를 하게 된다. 증오의 감정에 사로잡힌 사람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얕은 감정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의 기분과 충동대로 지각없이 행동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감정관리를 슬기롭게 해야 이성적 인격적 존재로 칭송과 더불어 살아가게 된다.
인간에게 깊이 있는 이성은 뿌리 깊은 나무와도 같아서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경솔하지 않고 신중하기에 그 인생이 희망의 밝은 빛이고, 올바른 사리판단력을 부르고 슬기롭고 지혜롭다. 그래서 현재만을 보지 않고 내일을 보고 미래를 내다보고 전체를 바라본다. 이성은 우리에게 자제를 명하고, 반성을 촉구하며, 신중을 기하게 하고, 인내와 침착을 강조한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지혜 있는 자는 듣고 학식이 더할 것이요 명철한 자는 지략을 얻을 것이라”(잠 1:5)고 하였다. 우리 인생이 감정의 얕은 소리보다도 이성의 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여 흔들림 없이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는 지혜 있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