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목단상] 때가 되면 회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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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Koreana 호텔에서 경신고등학교 졸업 30년 Home coming 행사에 초대되었다. 재학 당시 담임을 맡았던 스승들이 초대되었고, 나는 담임은 아니지만 매해 순서 때마다 시작 기도를 드렸다. 순서가 진행되는 중에 한 제자가 앞에 나와 “즉흥적으로 작성한 글이나, 평소 머릿속에 간직했던 내용”이라며 진지하고 정중한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그중 다음과 같은 한 대목에서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학창 시절의 기독적인격(基督的人格)이라는 경신학교 교훈과 주간 정규예배와 주당 한 시간의 성경 공부가 저희들 유전자(DNA)에 각인이 되어, 세파에 시달리면서 혹시 딴 길로 가다가도 때가 되면 모두 다 신앙의 길로 회귀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동기 친구 선후배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모두 다 학창 시절에 우리의 디엔에이(DNA)에 각인(刻印)된 신앙때문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스승님의 공로는 실로 대단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를 드립니다.” 교회학교 또는 기독교학교의 존재의 의미와 교사교육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증언해 주는 대목이다. 교회학교 교사나 기독교학교에서 청소년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분들은 혹시 내가 가르친 학생이 내가 가르친대로 하나님의 사랑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의 복음의 말씀을 받은 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혹시 다른 길로 가고 있진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게 된다. 필자도 교목 생활  38년간 내가 가르친 제자들이 가르친 대로 복음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끼고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러나 반면에 ‘혹시 제자들 중 하나라도 나의 잘못된 언어나 행동에서 실망하고 딴 길로 간다면’ 하는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깜짝 놀라 소스라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은 모름지기 항상 이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교사가 가르치는 하나님의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말씀을 듣고 그것이 제자의 디엔에이에 각인이 되어 세파에 시달리면서 혹시 딴 길로 가다가도 그 복음의 말씀을 생각하고 다시 복음의 길로 돌아간다고 하면 더 바랄 것이 없이 보람되고 기쁜 일이 되겠지만, 혹시 교육자인 나의 인격적인 결함이나 실수로 그것이 그런 부정적인 것이 내가 가르친 제자의 디엔에이에 각인이 되어 영영 딴 길로 빠지고 회복되지 못하고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게 된다면 그런 불행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훌륭한 교사라고 할지라도 그가 가르친 수많은 제자들이 100% 옳은 길로 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인간적인 교만이 될 것이다. 오직 나에게 배운 제자 중 하나라도 나의 인격적인 결함이나 실수로 옳지 못한 부정적인 것들이 각인되었다 하더라도 졸업해서 이미 내 손을 떠난 그들을 접할 수 없는 것이 교사와 제자 간의 현실이다. 그런 부정적인 것들은 성령의 강력한 인도하심으로 모두 잊어버리고 다만 그들의 유전자(DNA)에 각인된 하나님의 사랑, 그리스도의 복음의 말씀의 긍정적인 것들만 되살아나기를, 늘 새롭게 하시는 성령님이 강하게 역사하여 옳은 길로만 가게 되기를 위하여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하나님께 기도한다. 샬롬.

김종희 목사

• 경신 중ㆍ고 전 교목실장 

• 전 서울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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