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돈의 우상과 직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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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부자되세요’라는 인사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요즘도 설문조사를 해 보면 여전히 돈 많이 버는 것을 행복의 첫째 조건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세태를 보고 어떤 기독교 윤리학자는 한국 사회의 모든 심각한 병폐가 돈을 너무 사랑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교회까지도 돈의 우상이 들어와 한국교회의 도덕적 타락을 가져왔다고 개탄하기도 한다.

사실 돈의 유혹은 너무나 커서 절제하기 어렵고 탐욕으로 치달아 돈을 우상화하기가 너무나 쉽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성경 말씀이 늘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돈과 재물이 그 자체 나쁜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돈은 필수불가결한 것이기도 하므로 시장경제에서의 돈의 역할에 대해 올바른 이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사회에서는 돈벌이를 천하게 여겼다. 그래서 상업은 가장 비천한 직업으로, 자신이 땀 흘려 일해서 식량을 얻는 농업을 더 가치있는 직업으로 간주해 왔다. 그리고 육체적인 노동보다는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학문이나 정치야말로 가장 고귀한 일이라는 직업의 서열화가 오랫동안 당연시되어 왔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근대에 들어오면서 종교개혁 이후 전통적 직업관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특별히 칼빈주의는 현대사회의 새로운 직업윤리를 확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칼빈을 비롯한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은 목회자와 같은 성직뿐 아니라 세속적인 모든 노동은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소명이라고 주장하였다. 일을 통해서 사람은 하나님의 사랑을 베푸는 하나님의 일꾼이 된다는 것이다. 노동은 먹고살기 위해 할 수 없이 하는 고역이 아니라 자신의 달란트를 발휘하는 즐겁고 고귀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현대사회를 잘 들여다보면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다. 환경미화원부터 전문직에 이르기까지 사회가 유지되는데 필요한 모든 직업은 누구나 자기자신의 욕구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일을 한다. 모든 노동은 타인에게 봉사하는 일이며 각자는 그 대가로 돈을 번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은 타인에게 열심히 잘 봉사했다는 증거가 된다. 돈은 교환의 수단이요 매개에 불과하다. 돈이 필요한 이유는 그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타인으로부터 조달받기 위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는 돈을 버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오히려 권장하고 칭찬받을 일이 된다. 돈 벌기 위한 경쟁은 타인에게 더 잘 봉사하기 위한 경쟁이므로 그러한 경쟁은 공정하게만 진행된다면 상생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현대 시장경제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심이 결과적으로 타인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이타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이상하지만 기막힌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 시스템의 성공은 올바른 직업윤리, 즉, 사람은 누구나 노동을 통해서 창의성을 발휘하여 타인에게 봉사할 때 그 대가로 물질적인 부의 축복을 누리게 된다는 직업윤리를 필요로 한다. 만약 모두 돈벌이가 목적이고 타인을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이 시스템은 무한경쟁의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돈벌이는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돈이 번영을 가져오는 수단이 된다는 확실한 인식이 널리 공유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종교개혁시대에 이미 확립된 현대적인 직업윤리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림으로써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주인이 될 수 있는 정신적 기풍이 널리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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