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50년 넘게 사귀면서 교회생활도 함께 해 왔던 선배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유달리 부부관계가 돈독했지만 죽음은 냉정하게 그들의 관계를 단절했고, 다행히 신앙심이 강했던 부인은 슬픔 가운데서도 부활의 소망을 바라보며 오히려 문상객들을 위로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문상객들과 망자와의 옛 추억을 더듬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 우리에게도 불원간 닥쳐올 수 있는 죽음에 대해 소회를 나누었다. 그런 중에도 앞으로 어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며, 신앙적인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아마 이제는 상당히 나이를 먹은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공통된 생각이라 여겨졌다.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죽음에 대해 어떻게 예비해야 하는 가에는 매우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보통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정리하면서 또한 죽음을 미리 예비함으로 불필요하게 납부해야 하는 세금에 대비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남아 있는 자녀들 간에 혹시 일어날 수 있는 분별없는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이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에 왔다가는 자신의 족적을 남길 수 있는 일이기도 한다. 다음으로 이제는 사회적으로 점점 보편화되어 가는 ‘장기기증’을 위한 조치를 취하든지, ‘사전연명의향서’ 등을 신청하는 일 등을 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는 한편 노환으로 생길 수 있는 고통을 덜 받기 위해 비교적 건강을 유지하면서 생활하다가 편안하게 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소원이라 여겨진다.
미국의 유명한 좌파신문인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17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미국 최대의 신문 중 하나로 1851년 9월 18일에 창간된 이래로 지금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고기사’를 게재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지난 코로나 사태 중 어느 날에는 한 면 전부를 이런 부고기사로 할애했던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는 미국의 유명인사는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때때로 오르기도 하며, 꼭 유명하지 않는 평범한 시민들의 기사도 싣는 것으로 정평이 났기에, 정치적인 문제로 이 신문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이런 기사를 읽기 위해 구독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그만큼 부고란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 있지만 모든 사람들의 사망은 고귀하기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저명인사는 아니지만 평생을 교직에 헌신해 왔던 캐나다의 평범한 사람인 페디욱씨가 94세로 사망하기 전에 자신의 부음을 마치 천당 입당 신청서같이 미리 써 놓고 죽은 사실이 알려졌다. 그 유서 내용은 ‘하나님 귀하, 부디 제 신청서를 접수해주시기 바랍니다’ 하면서 자신의 이력과 인적 사항 그리고 일생의 경력을 자세하게 쓴 후에 마지막으로, 말미에는 추신으로 ‘말년에 요양원에서 여생을 마쳤는데 그곳에 있던 간병인들이 잘 간병해주어 편히 지내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으니 부디 그들을 축복해 달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어 이를 읽는 독자들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는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비록 지금까지의 생활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지나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회개할 일은 회개하고, 혹시 사과할 일이 있으면 화해하면서, 우리의 본향을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천당 입당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라도, 거기에 합당한 참된 크리스천의 생활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