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정치’라는 글의 제목이 마치 우리나라 신앙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뜻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나 여기서는 단순히 가톨릭을 포함하는 범기독교인이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을까 하는 의문을 담고 있을 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기관이 70개가 넘고 그중 10여 개는 지난 선거운동 기간에 거의 매주 또는 그보다 더 자주 유권자를 상대로 각종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언론에 공표했는데 유독 종교와 관련하여서는 후보에 대한 지지성향을 조사발표한 경우를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종교 다원 사회이고 헌법은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국교는 인정되지 않고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기독교회나 불교단체들이 정부에 대하여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고 시위에 나서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작년 말 어느 여당의원이 국립공원내 사찰 통행료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불교 승려들의 대규모 집단 항의집회를 촉발했으며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특정 개신교회에 대하여 방역법 위반을 이유로 당국이 강제 폐쇄조치를 취해 일부 교인들이 옥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기독교인이었으나 이후 대통령들의 종교는 국민의 주요 관심사가 되지 못했고 국가수반들은 각종 종교행사에 가리지 않고 참석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여·야 및 제3당 후보들이 모두 함께 주요 종교집회에 나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도 드물지 않았다. 우리나라 종교인구 분포가 2021년 기준으로 불교 16%, 개신교 17%, 가톨릭 6%로 거의 고착화되어 있고 무종교 인구가 대략 60%에 달하는 상황에서 특정 종교를 향해 표를 호소한다거나 무슨 공약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인들에게 무의미하게 생각됐으리라.
그런데 개신교 사회에서는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보수화가 뚜렷하여 지난 선거를 앞두고 내부의 여론은 야당후보 지지가 압도적이었으며 이는 여러 교회에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예컨대 현역이나 은퇴장로들의 모바일 대화방은 여당 후보에 대한 거부의사 일색이었고 정치적 의견표시를 자제해 달라는 일부 장로들의 요청은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를 ‘종북 좌파 정권’으로 지칭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반공사상을 강하게 표출한다든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장기 수감을 정치보복으로 비판하고 조속한 석방, 사면을 요구하는 메시지들이 꾸준히 게재되었다.
만일에 어떤 여론조사기관이 순전히 기독교인들만을 상대로, 또는 특정 교회 신자들만을 대상으로 정치적 견해를 물었다면 그 결과가 어떠했을까? 이번 대선에서의 1, 2위 표차가 전국에서 단 0.73퍼센트였음을 생각하면 아무리 보수층이 많이 다니는 교회라 할지라도 상당 비율의 민주당 후보 지지세가 파악됐을 것이다. 이들의 양심과 정치적 신념의 자유가 교회의 일반적 분위기로 인하여 어떤 식으로든지 제약을 받아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다수의 편에 속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을 교회 안에서는 삼가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 당선인의 가족이 신앙이 없고 대신에 무속에 심취해 있다는 주장과 비판 같은 것도 교회 안에서 들려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바이니 그들의 영혼구원을 위해 열심히 기도할 것이지만 그들의 신앙과 양심의 자유는 100% 인정해야 한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종로광장] 신앙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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