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생명의 길에 초록 발자국을 남기는 사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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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부활의 날을 준비하는 사순절 기간이다. 해마다 사순절이 되면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을 기억하고 나의 허물과 죄를 돌아보며 무겁고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올해 우리는 여느 해보다 더욱 무겁고 더욱 두려운 마음으로 사순절을 지내고 있다.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되어 강원 삼척으로 확산된 산불은 13일에 내린 단비로 진화되기까지 국내 최장 기간인 213시간이나 지속되어, 총 20,923헥타르의 삼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다행이 이번 산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택, 창고, 종교시설 등 643개소의 건물이 불타버려 상당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 산불로 인해 사라져버린 숲에서 살아가던 야생 생물의 피해와 숲에서 얻을 수 있었던 자연 생산물, 공기와 물의 정화 작용과 순환, 생명 다양성, 경관 및 심미적 가치 등 ‘생태계 서비스’의 감소로 인한 피해는 가늠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번 산불이 일시적인 사고가 아닌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일부이며 이와 같은 대형 산불이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달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구적으로 산불 건수가 현재보다 2030년에는 14%, 2050년에는 30%, 2100년에는 50%가 증가할 것”이고, “산불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흡입으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호흡기와 심혈관계 질환이 증가하며, 산불로 발생한 폐기물로 인해 생태계의 오염이 증가하며, 산불 피해를 복구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으로 저소득 국가의 경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기상기구(WMO)는 “덥고 건조한 환경을 만드는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가뭄과 높은 기온, 낮은 습도, 번개 등으로 인해 산불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산불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서 채택된 6차 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이대로라면 2040년에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1.5도에 이를 것이고, 이로 인해 극한 기온 발생 및 강수 변동성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 안보의 위기가 증가하고,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침수로 인한 도시 기반시설의 피해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노약자, 취약계층의 건강이 악화되고 정신 질환이 증가하는 등 인간 생존에 미치는 보건환경에 악영향이 증가할 것이라는 암울한 기후위기의 미래를 예측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우리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산불, 홍수, 가뭄, 태풍 등 기후 재난을 경험하며 두려움과 공포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깊은 어둠이 몰려와 사람들이 갈 길을 잃었을 때, 교회는 구원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 특히 역사의 분기점마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 온 한국교회는 이제 기후위기의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향한 길을 인도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지난 2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와 여전도회전국연합회, 남선교회전국연합회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 캠페인’을 전개할 것을 다짐하는 협약식을 가졌다.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 캠페인은 식, 의, 주, 에너지, 교통, 문화, 경제의 7가지 영역에서 개인, 교회, 지역사회가 창조세계 보전을 위해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 협약은 작년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선언’과 106회 총회가 ‘기후위기위원회’를 특별위원회로 조직한 것에 이어 한국교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 가운데 사순절을 보내고 있으며 모든 생명이 새로워지는 부활의 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이제 사순절은 생명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만을 따라 걸으며, 우리의 삶이 초록 발자국을 남기는 삶이 되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회복하는 신앙인의 사명을 마음에 깊이 되새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교회가, 지역사회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에 동참하게 된다면, 머지않아 기후위기의 두려움과 공포를 벗어나 새 하늘과 새 땅의 희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겸손한 마음으로 생명의 길에 초록 발자국만을 남기는 사순절을 보내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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