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교회가 정치권에 대한 울림 있는 비판자의 자리 찾아야

이번 선거 과정에서 기독교계의 아쉬운 한 가지 모습이 있었습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지지자를 공표한 것입니다. 물론 종교인도 자유롭게 얼마든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낼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기독교와 교회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낼 때는 적어도 정치권의 대변인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국가나 정당이나 정치인의 시녀가 아닙니다. 교회는 어느 정당이나 정치인의 스피커도 아닙니다. 세속 정치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비판적이어야 합니다.
교회의 정치 논리 또한 세속 정치의 논리에 기반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그 지지의 근거가 성경의 가르침이어야 합니다. 지지 논리의 출발도 성경이어야 하고, 그 논리의 목표도 하나님의 나라이어야 합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종교도 권력에 기대거나 권력 나눠 먹기를 할 때 그 종교는 이미 종교의 기능을 잃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바라보는 공동체입니다. 그런 면에서 교회는 두 가지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나라라는 관점에서, 그 입장이 진보적이든 혹은 보수적이건 간에, 정치권에 대한 감시적 존재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경적 성찰을 통한 정치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잃으면 교회의 자리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제는 한국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정치가 무엇인지 연구해야 하고 보다 성숙한 자세와 언어와 태도, 그리고 통찰력 있는 내용을 가진 비판자의 자리를 회복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교회 공동체가 교회가 말하는 방식으로 존재하느냐는 것입니다. 현재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그 눈으로 대한민국의 기독교 교계의 정치를 바라보면 어떤 평가가 나올까요? 교계의 정치가 일반 정치의 모델이 되는 것은 그만두더라도 적어도 교회 정치는 그 체제, 문화 그리고 내용에 있어서 일반 정치보다는 더 나은 모습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교회가 정치권에 대해 소리를 낼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와 울림 있는 소리를 내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적어도 교회의 소리가 울림을 가지려면 교회 스스로 소위 ‘셀프 검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교회 ‘한국교회는 하나님 나라 관점에 충실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야 할 때입니다.
선거는 끝났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섭니다. 지금부터는 교회가 정치권에 대하여 새로운 기능을 작동시켜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새로운 정부에 대하여 적어도 두 가지 면에는 길을 잃지 않도록 비판적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먼저 무엇보다도 약자들의 연약함을 돌보며, 눈물 흘리는 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며, 가슴 아픈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고 있는지 감시해야 합니다. 이런 소리가 큰 소리로 들릴 수 있도록 소리를 같이 내주기도 하고 제대로 반응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하고 때로는 정치권을 도와주기도 해야 합니다.
둘째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지 감시해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더는 갈라치기 논리에 휘말리면 안 됩니다. 대한민국의 갈등의 진원지가 정치권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교회 또한 한몫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습니다. 이제는 갈등을 부추겨서 권력을 얻으려는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책임이 교회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더군다나 남북 관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북 정책의 마지막 목표가 평화가 될 수 있도록 조언하고 평화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합니다.
그동안 정치권은 마음이 아닌 입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 했습니다. 국민은 입만 주는 정치권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제는 정치권이 마음을 줄 때까지 국민이 마음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 대신 냉철한 이성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어야 합니다. 이 부분에 교회가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조주희 목사
<성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