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해는 광성에서 하늘로 졌습니다
아차산 기슭에
꽃망울 피워 겨울을 작별하고
얼어붙다 풀린 사순절 한강은
서해로 달리며 한반도를 깨울 때
90세를 향수하신 당신의 해는
광성에서 하늘로 졌습니다
오늘은 이 땅에서 마지막 날
그러나 하늘에서 영생의 첫날
실로 영광 영광이 가득합니다
6.25 동란
민족이 부서지고 쓰러질 때
벗은 발로 겨우 속옷 걸친
17살 어린 당신을 살리기 위해
황해도 은율에서 군산으로
군산에서 신안 도초로
도초에서 부산으로 주님은 피난처 되셨습니다
갚을 수 없는 이 놀라운 은혜
보답의 사슬에 매인
주의 종이 되어
광성교회를 하늘의 별 바다의 모래수 같은
셀 수 없는 양무리들로 채우고
부산신학대학을 수도원 영성으로 자리잡게하신
교육자요 신학자인 당신은
21세기 열방을 향해 외친
탁월한 설교자요 선지자였습니다
녹슬지 않고 추하지 않게
아름답게 닳아진 모습 광채로 빛나고
당신의 의로움과 충성과
몸 된 교회를 지키려는 십자가 고난이
그만해도 족하다시며
주님은 이제 당신을 평안히 놓아주십니다
모세처럼 광야 길에서
이끌어 주신 우리의 목자여
당신 능력의 지팡이와
그 큰 경건의 겉옷은
우리에게 벗어주고 가십시오
뿔 없고 할킴 없는 광성의 착한 양무리들
당신을 따르며 배우는 아들 같은 제자들
성전을 떠나지 않고 기도로 당신을 있게 하신
광성의 한나이신 사모님
목회를 뒤이은 태섭 목사
은경과 라경과 8명의 자녀의 자녀들
하나님이여 임마누엘로 지켜주옵소서
때로 많이 보고 싶고 그리울 것입니다
주님 곁으로 가시는 거룩한 길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편안히 가십시오
아차산 기슭에
꽃망울 피워 겨울을 작별하고
얼어붙다 풀린 사순절 한강은
서해로 달리며 한반도를 깨울 때
90세를 향수하신 당신의 해는
광성에서 하늘로 졌습니다
/고훈 목사(안산제일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