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목단장] 종은 계속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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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멀리서 울려오는 은은한 종소리는 새벽기도에 나가는 교인들에게는 복음의 종이었고 시계가 흔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기침 시각을 알리는 자명종의 역할을 하여 없어서는 안될 명물이었다. 교회 수가 늘어나고 확성기라는 신식 종을 경쟁적으로 설치하면서부터 주거지 지척에서 울려대는 교회의 종소리는 소음공해 시비가 벌어지고 당국의 제재로 사라지고 말았다. 

교회의 종소리가 멈추기 얼마 전이었다. 하루는 졸업생이 학교 교목실을 찾아왔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여전하시네요”라고 인사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불신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학교에서 드리는 예배시간이나 성경공부도 자신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술 먹고 담배 피우고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다하고 돌아다녀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삶이 저주스러웠다는 것이다. 대학을 다니던 중 불의의 대형 교통사고로 장시간 병원 치료를 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동료들에게 뒤쳐지게 되었다는 생각에 세상을 원망하고 극단적인 생각도 했다는 것이다. 

하루는 멀리서 울려오는 교회 종소리가 병실 창틈으로 들려오는 순간 불현듯 고등학교 시절 학급 교실 벽 한 귀퉁이에 달려 있는 스피커에서 예배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나면서 “지금은 화요방송 예배시간입니다” 하고 “주의를 환기하고 다 같이 묵도하십시다” 하는 목사님의 말씀 소리에 모두가 머리를 숙이고 기도하던 일이며, 찬송을 합창하고 목사님의 기도, 성경봉독 그리고 목사님의 낭낭한 설교 말씀을 듣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얼굴을 타고 내려가 침상을 적셨다는 것이다. 여느 때도 주일날이면 늘 들려오던 같은 종소리지만 그날만은 종소리가 전혀 다르게 들렸다는 것이다. 고교 시절에는 예배에 대해서 별로 관심도 없고 오히려 옆에 학생들과 장난하고 떠들었지만 큰 부상으로 병상에 누워 멀리서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와 함께 고교 학창 시절에 예배드리던 장면이 눈앞에 다가올 때에 가슴이 뭉클하고 무엇인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 내가 그때 매주 예배드릴 때마다 떠들거나 장난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 열심히 경건한 자세로 예배를 드렸더라면 나의 생활이 이렇게 방종하고 타락한 생활이 안 되었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하며 스스로를 돌이켜보며 불안했던 마음을 안정시키고 내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고 사람 구실을 못할 것 같은 나를 깨우치기 위한 하나님의 오묘하신 섭리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음속 깊은 데서 부터 막연하나마 하나님의 종이 될 것을 하나님 앞에 서원하였다는 것이다. 그 후 하나님의 은혜로 크게 다쳤던 다리가 완치되었고, 교회에 나가게 되었으며, 대학을 졸업하면 신학교에 가서 목사수업을 할 작정이라는 것이다. 인생의 위기는 하나님의 기회다. 나는 그 학생의 말을 들으면서 금지되었던 교회의 종은 계속 울려야 한다고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김종희 목사

• 경신 중ㆍ고 전 교목실장 

• 전 서울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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