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운데다 공부도 잘한 규수가 아주 대단한 집으로 시집을 갔는데, 자라면서 살림은 전혀 배우지 못한 단점이 있었다. 신혼 초 어느 주말에 모처럼 집에 계신 시부모의 점심식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집에 있는 반찬에다가 그럭저럭 밥상을 준비했는데 익숙하지 않은 솜씨로 밥을 하는 것이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밥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식사를 준비하고 모두가 식탁에 앉았을 때, 평소 활달한 성격대로 “아버님, 제가 솜씨가 없어 밥도 죽도 아닌 것을 해왔습니다” 하며 시부모의 눈치를 보았다. 그때 평소에 그렇게 근엄하게만 보여 어려웠던 시아버지가 “아가야, 내가 치통이 생겨 입맛도 없었는데, 이렇게 밥도 아니고 죽도 아닌 것이 오히려 먹기에 편하구나” 하면서 식사를 하시는 것이었다. 식사를 준비하면서 마음이 몹시 불편하였던 이 며느리는 이런 시아버지의 한마디 말에 그동안 지녔던 어색했던 감정이 모두 사라지면서 ‘시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 생겨나게 되었다. 「30초 동안 입술을 통해 나온 말이 30년간의 감동」이 되는 뜻 깊은 체험을 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선거역사상 가장 추악한 말싸움의 연속인 선거라 할 수 있다. 현대는 우리 생활에서 떼어낼 수가 없는 SNS를 통해 소식들이 제어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면서, 때로는 발신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익명성에 힘입어 그 정도가 더욱 나빠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선거에 이겨야 한다는 조급함에 온갖 흑색선전에 열을 올렸고, 준비되지 못한 입후보자들의 투쟁은 건전한 정책 대결은 제쳐두고 상대방의 흠집 내기에만 골몰하는 양상을 띠었기에, 「나와 내 정치적인 비전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방과 그의 흠집을 찾아내」 무너뜨리려는 진흙탕 싸움만이 펼쳐지는 양상이 되면서 온전히 이성적인 대화나 교양 있는 말은 실종되었으며, 그 결과는 참담한 사회적인 분열과 품격이 상실된 현상만이 남게 되었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 명인 링컨은 비록 얼굴은 못생겼지만, 상당한 유머가 있는 사람으로 많은 이들이 친근하게 여기고 있다. 그가 처음으로 하원의원으로 출마해서 선거운동을 할 때, 상대 후보자가 그를 두 얼굴을 가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이때 그는 자신은 비록 많은 사람들이 ‘정직한 에이브(Abe)’ 라고 칭찬할 정도의 인격을 지녔지만, 결코 화를 내지 않고 평상의 목소리로 “만일 내가 두 얼굴을 갖고 있다면 잘생긴 얼굴을 놔두고 구태여 이렇게 못생긴 얼굴을 하고 있겠습니까?”라고 말해서 많은 청중을 웃기면서 상대방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어떤 사람이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냈다. 당황한 그는 도움을 받기 위해 가까운 가족에게 전화를 해서 교통사고를 냈다고 말했는데, 이때 전화를 받는 가족이 ‘어쩌다가 사고를 냈느냐’는 힐난을 하기 전에 ‘다치지는 않았느냐, 지금 어디냐’ 같은 말로 우선 위로를 하면, 사고를 당해 당황한 이 사람은 당연히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가 주는 효과는 정말로 엄청날 때가 많다.
이제 우리는 물러가는 정부와 새로 들어서는 정부를 함께 경험하는 세대에 살고 있다. 우선은 평안하고 안정적인 정권인수가 이루어져야 하기에, 이에 관여한 정치인들의 현명한 언행이 요구된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