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역사에서 초대교회 성도들은 구약성경을 히브리 원문으로 읽었을까, 아니면 희랍어로 번역된 것을 읽었을까? 당연히 희랍어로 번역된 것을 읽었다. 초대교회가 생겨나기 400여 년 전, 이미 예루살렘에 살던 유대인들은 히브리어를 잊어버렸고 히브리어는 일상적인 언어로서 사어(死語)가 되었었다 (느 8장). 그러므로 초대교회 성도들이 히브리 원문으로 구약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초대교회의 구약성경은 ‘당연히’ 희랍어로 번역된 것이었다. 지난 회에 언급한 대로 희랍어로 번역된 구약성경은 히브리어 구약성경 39권에 15권이 첨가된 구약성경이었다.
희랍어 번역 성경과 히브리 원문 성경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때 바다가 둘로 갈라져 건넜던 ‘바다’에 관한 것이다. 희랍어 구약성경은 그 바다를 ‘홍해’(Eruthra Thalassa)라고 번역했다. 그래서 희랍어로 구약을 읽었던 초대교회는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넜다고 기록했다 (히 11:29, 행 7:36). 그런데 히브리 원문 성경은 그 바다를 ‘얌 수프’(yam suph)라고 기록했다 (출 15:4,22, 시 136:13,16 등). ‘얌’은 ‘바다’이고, ‘수프’는 ‘갈대(reed)’라는 뜻이다. 따라서 ‘얌 수프’는 ‘갈대 바다’가 된다. 물가에 갈대가 많이 자라는 바다라는 뜻일 것이다. 히브리 원문 성경으로 읽으면 ‘갈대 바다(Reed Sea)’요, 희랍어 번역으로 읽으면 ‘홍해(Red Sea)’가 되는 것이다.
한때 ‘홍해’냐 ‘갈대 바다’냐 하는 문제는 한국교회에서 큰 논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전혀 논쟁거리가 될 수가 없다. 히브리 원문으로 읽느냐, 희랍어 번역으로 읽느냐는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희랍어로 번역했던 유대인 학자들이 왜 ‘얌 수프’를 ‘홍해’라고 번역했는지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유대인 학자들은 1천 수백 년 전 출애굽 때 ‘얌 수프’라고 불리던 바다를 1천여 년이 지난 후 희랍어로 번역할 때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는 지명 ‘홍해’라고 번역했다고 추정할 뿐이다. ‘얌 수프’이건 홍해이건, 하나님의 능력으로 일어난 기적적인 구원의 역사였다는 사실에는 조금도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초대교회는 희랍어로 번역된 구약성경을 그들의 구약성경으로 인정하고 읽었다. 그 전통은 가톨릭교회로 이어져 내려왔다. 따라서 가톨릭교회의 구약성경은 히브리 원문 성경의 39권과 희랍 시대에 저술된 15권이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후 가톨릭교회는 트렌트 종교회의에서 15권의 책 중에서 3권은 가톨릭 구약성경에서 제외시켰다. 따라서 오늘날 가톨릭 구약성경은 12권이 추가된 것이다. 이들 책들은 ①지혜서(=솔로몬의 지혜서) ②집회서(=벤 시라서) (구약의 잠언과 같이 교훈적인 잠언집이다) ③마카비서 상 ④마카비서 하 (마카비 혁명에 관한 역사서) ⑤바룩서 (바룩은 예레미야의 말씀을 기록한 제자) ⑥예레미야의 편지 ⑦에스더 속편 ⑧아자리아의 기도, 유대인 세 청년의 노래 ⑨수산나 ⑩벨 신과 뱀 신 (⑧~⑩은 다니엘서의 속편) ⑪토빗 (천사의 도움을 받은 토빗의 가족사) ⑫유딧 (예루살렘의 위기에 적장의 목을 벤 미모의 여인 유딧의 이야기)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