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아니라 그저 약한 것뿐입니다”
4월 셋째주일은 본 교단 총회가 제정한 장애인주일이다. 총회 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계윤 목사를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려 했지만 전동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20cm도 안 되는 턱이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이계윤 목사에게는 성인키 만한 담벼락보다 높았다.
막상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어떨까. 휠체어의 진입을 열어놓은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이 몇이나 될까. 이 같은 상황이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벌어진다면? 교회 출입구부터 예배당과 식당, 화장실 등을 오가는데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 어떤 불편과 어려움이 있을까를 떠올려 보면 과연 교회가 장애인을 향해 열려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지극히 일상적인 활동조차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의 이같은 불편은 다름 아닌 교회가 제공한 것이라고 이계윤 목사는 말한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는 장애의 개념에 대해 ‘손상을 지닌 사람과 그들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사회에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저해하는 태도 및 환경적인 장벽 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기인되는 것’이라 정의한다.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모든 상황과 환경, 그리고 그런 상황과 환경을 만든 사람들이 바로 장애를 제공한 셈이라는 이 목사의 말을 뒷받침한다.
“하나님은 사람을 약하게 만드셨어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하나님의 형상을 완전하다고 하지만 그건 개개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연약하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고 협력해서 완전을 이뤄갔을 때 하나님의 형상이 드러나는 것이지요. 삼위일체일 때 완전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이 목사는 우리가 죄인인 것을 고백하듯, 모두가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장애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에게든 강점과 약점이 있듯, 장애인의 장애는 그저 약함일 뿐 그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더 관심있게 바라보자는 것이다. 축구선수가 농구를 못한다고 비난받지 않고 수영선수가 축구를 못하는 것을 장애로 여기지 않듯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예수님이 장애인이셨다는 겁니다. 장애란 한계를 의미하잖아요. 무한이신 예수님이 유한인 인간이 되셨으니 장애인이 되신 셈이지요. 예수님은 장애를 선택하시고 십자가 죽음까지 스스로 지셨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지요. 예수님은 약함을 선택하시고 약한 존재와 만나시고 가장 약한 존재로 돌아가신 거잖아요. 성경이 2천 년 전에 만들어진 책인데 정말 감동스럽지 않나요?”
이 목사는 “성경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바로 약한 사람들이었다. 하나님은 그들을 통해 일하셨고 오늘날 교회가 세워졌다. 교회는 약한 사람이 와서 약함을 자랑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 숭실대학교 철학과(문학사) 사회복지학 박사(문학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서울서노회 동빙고교회 협동목사이며, 총회 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