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은 대도시에 있는 산으로 그리 큰 산은 아니지만, 갖출 것을 많이 갖춘 명산이다. 부산쪽에서 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까지의 길은 험하지는 않다. 하지만, 고당봉에서 양산 방면의 산록은 험한 길이다.
힘든 노정이지만, 첫날부터 힘들게 순례를 시작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금정산을 넘어가는 노선을 정해 지금까지 순례를 했다. 이미 1월에 그 길을 필자 혼자 걸으면서 답사를 했지만, 한번 올라 본 산길을 찾아 목표지까지 걷는 것에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 있었다. 그날 우리는 김재호 교수가 대접하는 점심 먹는다고 너무 시간을 산에서 지체해 지난 번 1월에 올랐던 고당봉에서 장군봉으로 가는 노선을 포기하고 고당봉 밑에 있는 금샘을 거쳐 장군봉을 지나서 사배고개를 지나 양산 다방삼거리를 거쳐 그날 목표지인 양산역으로 가서 하루 순례 일정을 마쳤다.
그날 밤 양산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해 장신대 동기 한영수 목사가 목회하는 구포교회로 가서 구포교회의 교육관에서 잠을 자고 이튿날 아침 물금을 거쳐 삼랑진으로 가기로 했다.
저녁은 한영수 목사가 신학교 동기인 필자가 단장을 맡은 순례단원들에게 따뜻한 국밥을 대접했다. 그 만찬을 먹으며 몸도 마음도 쉼을 가지게 되었다. 이날 밤에 일정 때문에 하루 늦게 도착한 신성윤 선교사가 함께 하게 되어 순례단 5명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그날 저녁에 함께 이번 순례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몇 가지를 의논했다. 필자의 계획에 따라 급조된 순례단이지만, 정상적인 순례를 위한 구상을 의논하고 아래와 같은 결정을 했다.
1. 매일 순례 후 평가회 겸 기도회를 가진다.
2. 순례단 조직
단장: 배재욱, 총무 겸 회계: 배재욱, 사진: 이해락
3. 순례회비를 낸 것 중에서 순례 경비로 쓰고 남은 전액은 영남신학대학교 배위량 순례 동아리에 기탁한다.
4월 19일(화) 아침에 우리는 양산역으로 가서 양산역에서 물금역을 거쳐 삼랑진역으로 가서 둘째날 순례를 마감할 계획에 따라 양산역에서 순례를 시작해 양산천을 따라 낙동강과 양산천이 합류하는 지점까지 가서 그 낙동강 길을 따라 걸었다. 양산에서 삼랑진으로 가는 길은 평지 길이다.
배위량순례단은 그때 필자가 2016년 1월 4일(월)-13일(수)까지 혼자 순례해 길을 알아 둔 노정으로 가는 것으로 결정했기에 길에 대한 어려움 없이 낙동강을 따라 놓여진 자전거 길을 따라 걸었다. 그 길은 걷기에 안락할 뿐만 아니라, 경치도 좋았다. 평지 길이라 걷기에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 그런데 어렵지 않은 평지 길을 하루 종일 걷는 것이 마음을 피곤하게 하는지, 순례단원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어려워 했다. 5일 이상 연속적으로 순례한 사람들의 의견은 2일째나 3일째 되는 날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산티아고 40여 일간의 순례를 포함해 필자에게는 2일째가 늘 가장 어려웠다. 끝없이 펼쳐지는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순례길에 매료되어 걷고 또 걸었지만, 그 익숙함은 고단함을 동반해 순례자를 어렵게 한다. 어제의 험난한 산악 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쉽고 익숙한 길이고 아름다운 길이었지만, 가도 가도 끝없는 평지 길을 걷는 것이, 쉽게 고단함을 느끼게 하는지 어제의 산악 길에서 들렸던 “아이고! 아이고!”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다들 너무 고단한 기색이었다. 필자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삼랑진에서 목회하는 공근식 목사가 삼랑진 입구에 나와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고, 나마저 같이 지쳐 순례단원들과 보조를 맞춰 지친 걸음으로 걸으면, 한정 없이 시간이 지체되고 그러면 내일 순례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순례단원들 보다 앞서서 걸었다. 이윽고 삼랑진역에 도착해 마중나온 공근식 목사를 따라 삼랑진 교회로 가서 여장을 풀고 그가 대접하는 만찬을 즐긴 후 내일을 위해 쉼을 가졌다.
순례단원들은 매일의 순례를 돌아보면서 평가회를 가졌다. 삼랑진에서는 이 순례가 한 번의 순례로 그칠 것이냐는 어느 단원의 질문에 “배위량이 순회전도 여행길 전체를 한국 개신교 순례길로 개발할 예정이라는 것과 드라마틱하고 한국민족사와 교회사에 영향을 크게 미친 제2차 배위량 순회전도 여행길을 먼저 순례길로 개발할 예정인데, 이 일이 필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너무나 큰 일이므로 지금 함께 할 동역자들을 모으고 있고, 벌써 몇몇 분이 뜻을 함께 하기로 했고 앞으로도 계속 동역자를 구하고 찾을 것이다. 여러분들도 이번에 순례에 함께 했으니, 순례단의 일원으로 함께 해 주길 바란다”는 부탁을 하니 모두들 이 일이 의미있는 일이므로 잘되길 바라고 앞으로 함께 하겠다는 말을 했다.
앞으로 배위량 순례단연합을 조직하기 위해 주위 지인들과 많은 대화를 이어오고 있음을 말했다. 그런 필자의 말에 모두 동의하였고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의견 교환을 했다.
4월 20일(수)은 삼랑진에서 밀양을 거쳐 상동역까지 순례를 할 예정이었다. 아침에 밀양교회 박태부 담임목사로부터 오늘 순례에 밀양교회 신자들과 함께 참여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우리는 삼랑진에서 밀양으로 가는 제방 위에서 반갑게 만나 중간 목표인 밀양교회를 향해 걸었다. 이날 밀양교회 박태부 목사를 비롯해 부목사 두분과 장로님 한분과 신자 여러분이 함께 순례에 참여(밀양교회 신자 12명 참석)해 서로 대화하면서 걸었던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점심은 밀양교회에서 순례단원들에게 대접해 참 행복했다. 상동역으로 가는 길에 밀양교회로 가서 교회를 둘러보고 상동역으로 향했다.
배재욱 교수
<영남신학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