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팬데믹 이후 교회에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코로나팬데믹 상황이 어느 정도 호전되니 이젠 교회들마다 언제 식사를 재개해야 하는지가 문제인 듯합니다. 2년 여 간 교회에서 식사를 안 해도 큰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었고, 이제 다시 시작하려니 봉사자들을 찾기가 수월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목사 교회는 어떻게 해?” 요즘 만나는 목사님마다 우선적으로 하시는 질문입니다.
저희 교회는 코로나팬데믹 이후 교회에서 부득이하게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일찌감치 정상적으로 교회 생활을 하게 되어도 교회에서 식사하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당회에서 결의를 했고 교인들에게도 알려 드렸습니다.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결정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교회에 젊은 사람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주방 봉사’하면 아마도 교회들마다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주방봉사를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부드러운 강제(?)로 압박도 해보지만 연말만 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숙제입니다. 그러면서도 누구도 나서서 ‘하지 말자’는 말을 못하니 착한 봉사자들이 떠안게 됩니다. 젊은 교인들의 생활이 달라집니다. 문 앞에 배달되어 있는 아침을 먹고 출근합니다. 밥을 하는 것보다 밥을 ‘주문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문화가 익숙한 젊은 교인들이 ‘교회주방봉사’라는 문화는 꽤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해 온 일이니 교회에서 반대하기는 어렵고 그냥 구역이나, 여전도회에 참여를 안하는 것으로 정리해 버립니다. 그러면서 교회는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걱정합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교회에 남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라고 난리입니다.
목회를 하면서 젊은 성도들을 위한 목회 프로그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주일에 밥을 하지 않으니 오후예배를 드리지 않고 주일예배 횟수와 시간을 조정해 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일에 하는 주방봉사가 사라진 교회는 요즘, 주방봉사로 인한 교인들 간의 잡음이 없어졌습니다. 전에는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도 서로 봉사하느라 바빠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든 주방봉사 권사님과 출가한 딸이 예배 마치고 함께 교회를 나섭니다. ‘다음 달 몇 주에 우리 봉사야’ 알려 주었던 구역장과 구역원들이 예배 마치고 교회 뒤편 경춘선 산책길을 걷습니다. 남선교회 분들이 모여 예배 후 동네 식당에서 도란도란 어울려 식사도 하시고 찻집에서 차도 마시는 여유를 갖습니다. 젊은 성도들은 누군가에게 아기를 맡기고 주방에 들어갈 이유가 없으니 아기들과 함께 비슷한 또래의 젊은 분들끼리 어울려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했다고 하니 ‘교회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면 성도들간의 교제는 어떻게?’ 물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제가 다시 묻습니다. ‘밥 먹는 것이 교제였던가요?’, ‘교회에서 밥을 안먹는 성도들도 있는데 그분들은 성도의 교제가 없었던가요?’ 그러면 말을 얼버무립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 더 불편해 하는 것입니다. 그 불편함이 결정을 아직도 못하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자꾸 묻기만 합니다.
김유현 목사
<태릉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