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에서는 유언(流言)과 비어(蜚語)를 구별한다. 유언(流言)이란 아무 근거가 없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간 것을 말한다. 그리고 비어(蜚語)는 어떤 사람에 의해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퍼트려진 소문을 의미한다. 유언비어는 대부분의 경우 구분할 수 없는 복합적 형태로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면서 변형을 일으킨다.
유언비어의 변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평균화’이다. 이는 유언비어의 내용이 조금씩 생략되어 단순한 내용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둘째는 ‘강조화’이다. 이는 전하는 자의 관심사에 따라서 내용의 한 부분이 과장되는 것을 말한다. 셋째는 ‘동질화’라는 것이 있다. 이는 전하는 자의 견해와 사고방식에 따라 내용이 재구성되는 것을 말한다.
옛날 로마제국의 네로 황제는 시상(詩想)을 떠올리기 위해 로마를 불태우는 미친 짓을 했다. 그리고는 민란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해 기독교인들이 불을 지른 것으로 소문을 퍼트렸다. 이 네로의 유언비어에 의해 많은 기독교인이 죽임을 당했고 로마 시민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었다.
1914년 관동대지진 사건 후에도 일본에 의해 조작된 악성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조선인이 우물 속에 독약을 넣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트림으로써 일본 시민들의 공분을 사게 만들고 조선인들을 미움의 대상으로 몰아 처형했다.
인간은 얼마나 유언비어에 귀가 얇은가? 유언비어에 정치 판도가 바뀌기도 하고, 주가가 폭락하기도 하고, 은행의 예금인출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간의 나약함과 어리석음 때문에 21세기를 사는 우리 사회에도 유언비어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판에 유언과 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성숙한 시민사회란 근거 없는 소문을 타고 들려오는 유언(流言)을 가려내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어떤 사람이나 집단에 의해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퍼트려진 소문의 진위를 가려내어 엄벌하는 정의가 바로 서야 한다.
유언비어에 의해 희생물이 된 정치인, 연예인, 기업인을 비롯해평범한 소시민들이 사라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문을 퍼트리는 자들이 처벌을 받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되어 다시는 억울한 사람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
하나님은 악한 입술을 정죄하신다. 혀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하다는 말씀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