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치인이 말한다. “내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그가 말하는 정치는 무슨 뜻일까 알 듯 말 듯 한데 그의 경우는 아마도 무슨 선출직에 도전하게 된 동기를 말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동서고금의 현인들이 정치라는 개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여러가지 정의를 내놓았지만 그중 가장 광의로 살펴본다면 (내 얕은 소견을 용서해 주신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삼 년간 공생애야 말로 최고, 최선의 정치활동이라고 믿는다.
예수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라는 말씀으로 세상 권력에 대한 不干與를 선포하고 오직 인간 영혼의 구원에 매진했지만 그의 가르침 하나하나는 올바른 사회생활을 위한 실천적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 교회 목사님이 주일 설교에서 성경말씀을 세세히 풀어주고는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길을 열어줄 때 우리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된다. 반대로 성경말씀에서 시작해 성경말씀으로 끝나는 설교에서는 솔직히 별 감동을 받지 못한다.
예수의 ‘정치’를 여기서 생각하는 이유는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가 매우 타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치인이나 일반 국민이 정치의 근본 의미를 새로이 깨달아 합력해 바른 길을 찾아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세기에 우리 민족은 갖은 고난을 겪은 끝에 인류가 고안해낸 가장 합리적인 제도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룩하고 21세기에도 이를 유지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데 불행히도 정치의 수준이 나날이 뒷걸음치고 있다.
먼저 정치영역에서 오고가는 말 즉 정치인들의 언어가 타락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2030이니 5060이니 하는 세대적 구분 자체가 사상의 빈곤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특정 정치인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소위 팬클럽을 구성하고,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거리의 플래카드, SNS 사회관계망, 그리고 유튜브 같은 수단을 사용하면서 내뱉는 말들이 하나같이 야비한 조롱과 증오를 담아내어 보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괴롭힌다.
민심이 좌, 우, 중도로 대체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선거를 마디로 해 정권이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만에 교체되는데 각 정치세력이 권좌에 들어오고 떠나고 하는 과정에서 선과 악이 180도로 자리를 바꾸는 기막힌 광경을 연출한다. 내가 한 것은 선이요 상대방이 한 짓은 악이라 하면서 똑같은 행위를 여당과 야당이 번갈아 가며 저지르니 일컬어 이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내로남불’ 현상이다.
그럴수록 덕과 어진 인품을 갖춘 지도자상이 그리워진다. 그 바탕 위에 탁월한 판단력과 결단 그리고 미래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지닌 인물이 소위 흙수저건 금수저건 배경을 불문하고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쳐 다방면의 사회경험을 하고나서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는데 자신을 바치려고 ‘정치’의 길로 나서는 것을 상상해 본다. 악과 싸우다가 힘이 부쳐 투옥이 되든지 하는 고난을 겪으면 오히려 정치적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이 예수를 알고 그를 닮아 가기 위해 항상 기도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꿈도 오지다고 웃지 마시라. 예수의 정치가 현실이 되는 것이 가장 큰 꿈이고 이런 꿈을 같이 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이 좋아지리라.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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