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정치의 거리는 어느 정도가 알맞을까? 기독교 역사에서 매우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인 이 질문의 답은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되는 적당한 거리이다.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다. 당연한 결론이지만 오늘날 교회가 처한 현실에서는 매우 중요한 명제가 아닐 수 없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이어 치르면서 이와 관련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강단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해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한 목회자를 비롯해서 아예 정치판에 끼어든 목회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주일예배 중 대표기도를 하면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 안에서 정치적 입장이나 신념을 달리하는 사람들끼리 논쟁을 벌이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조찬기도회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이나 정치인들 틈에 끼어 사실상 정치적 행동을 하는 교단 대표나 유명 목회자들도 적지 않다. 물론 대부분 교회에서는 아예 정치에 대한 논제는 꺼내지 않거나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다.
교회가 정치와 너무 가까워서는 곤란하다
우선 성직자들이 현실 정치에 지나치게 깊이 개입하고 특정 정파에 가담해서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실 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평신도들의 건강한 정치적 선택이나 행동에 도움을 주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은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물론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권력이 부패하거나 잘못된 길로 갈 때 이를 감시하고 바로잡는 일까지 눈을 감아서는 안 되지만 성직자들이 일상적인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은 금하는 게 좋다.
평신도들의 경우는 정치적 행위를 하는데 있어서 성직자들과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유롭게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을 표현하고 정치적인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교회 안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나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는 자칫 교회공동체에 분란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정치를 너무 멀리해서도 곤란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 행위는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런 만큼 정치적 판단이나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기독교인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유권자로서 적극적인 참여와 의사표시를 통해 정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견인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정치가 바른 길로 가는지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지켜보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즉시 수정과 개선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또 건강한 토론과 건전한 비판을 통한 정치 발전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 무관심이나 정치 혐오 또는 정치 희화화 등 한국 정치의 뿌리 깊은 문제점을 해소하는 일에도 기독교인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특히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기독교인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해서 지방 의회나 지방 자치단체에 진출해 있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성경 말씀과 신앙적 양심에 따라 깨끗하고 따뜻한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실천해야 한다. 오늘날 교회가 세상의 본이 되고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는 매우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태 교수
<호남대 신문방송학, 문화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