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맥추감사주일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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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라면 맥추절은 보리농사에 대한 감사절기이다. 지금은 보리농사를 짓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이스라엘은 이 절기를 첫 수확에 대한 감사절기로 지켰다. 그러나 오늘날의 맥추감사절은 지난 6개월에 대한 감사절기이다. 한 해의 절반을 지켜주심에 대한 감사의 절기다. 

그리스도인에게는 감사가 생활이다. 감사는 감사하는 자에게 더욱 넘치게 된다. 은혜도 받는 사람이 받고, 사랑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더 큰 사랑을 받게 되는 것처럼 감사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많은 감사의 복을 누린다.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가진 것이 없어도 감사를 표하는 사람에게 무언가 더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주어도주어도 감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 불평과 원망을 일삼는 이들에게는 있어도 주기가 싫다. 문제는 우리들은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어 하고 베풀고 싶어도 없어서 못주는 인간들이지만 하나님은 없어서 못주시는 분이 아니시다. 코로나 팬데믹이나 경제적인 위기, 정치적인 변화로 힘든 일이 많았던 지난날이지만 맥추절을 맞으며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감사하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 

지난 6개월을 돌이켜 보면 힘들고 답답한 일도 많았지만 하나님은 우리들을 여기까지 인도해 주셨다. 감사에도 종류가 있다. 특별한 은혜와 은총에 대한 감사(Because of~)도 있지만 하박국의 감사(합3:17-18)와 같은 경우(In spite of~)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더불어 나누는(Together) 감사가 중요하다. 나 홀로 감격하는 감사가 아니라 함께 기뻐하는 감사이다. 이스라엘은 40년을 걸었다. 사막 길, 고통의 길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다. 약속의 땅에 이르게 하셨다. 그 땅에서 첫 열매를 거두어서, 그 땅의 소산물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며 함께 모였다. 맥추절에 대한 성경의 명령(출23:16)은 첫 수확에 대한 감사이기도 하지만 제사의 절기라는 말이다. 기독교는 제사의 종교이다. 흔히 “기독교인은 제사도 안 지낸다”는 속설은 매우 잘못된 낭설이다. 성경은 제사의 책이다.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온통 제사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물론 기독교인은 조상의 제사를 금하고 있다는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선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명절이나 절기 때마다 하나님께 제사하고 예배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지금 우리가 지키는 맥추절은 현대적 의미가 강하다. 일 년을 전과 후로 나누어 지난 6개월과 남은 6개월을 이야기하지만 절기를 지키는 규례와 정신은 그때나 지금이 똑같은 것이다. 절기신앙은 제사신앙,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경배신앙이다. 반드시 얼굴을 보여야 하며, 빈손으로 나오지 말라는 규례(신16:16)와 함께 이웃과 함께 온전히 즐거워하라고 하였다. 자녀와 노비, 객과 고아, 과부들도 기뻐하라고 하였다(신16:11). 온 가족과 이웃이 함께 기쁨을 나누어야 한다. 예부터 명절은 함께 음식을 나누며 사랑을 베풀었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명절이 되면 예루살렘으로 모였다. 예수님도 명절에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다(눅2:42, 요2:13).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그 분의 크신 사랑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나간 시간이나 삶에 대한 감사나 제사만큼 중요한 것이 앞으로의 다짐이다. 무엇보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의 고백과 새로운 각오를 통한 변화된 삶이다. 하나님을 바로 알고 그 분만을 의지하겠노라는 믿음과 함께 영원토록 동행하시는 성령님께 순종하겠다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맥추감사절은 명절이다. 명절은 즐거운 날이다. 기쁨의 신앙, 나눔의 신앙, 다짐의 신앙이 명절 신앙이라면 바른 명절 신앙, 분명한 절기 신앙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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