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교화(敎化)에 관하여 남다른 열정과 사명감을 가진 지정수 전 대전 교도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원주 왕국회관 방화범으로 15명이 희생되고 25명을 부상 입힌 사형수 원언식씨 면회를 함께 가자는 내용이었다. 오래 전부터 신뢰가 두터웠던 소장님의 요청이기도 했지만 사형수 감형 관계로 법무부 장관과 면담을 요청한 상황이어서 선약(先約)을 확인하고 스케줄을 조정하고나서 함께 동참하기로 하였다.
2022년 6월 7일 오전 10시 30분에 특별 면회시간이 정해졌다. 당일 오전 8시 대전을 출발하여 10시에 광주교도소 정문에 도착하자 총무계장의 영접을 받아 소장실로 향했다. 소장과 차 한잔을 나누며 담소 후 특별 면회실로 향했다. 사형수 원언식씨는 처음 뵙는 분이라 어떤 분일까 궁금했었다. 57년생 노인 사형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동안(童顔)에 핀 환한 웃음꽃은 천사와 같았다. 만난 지 30분 만에 그의 재치 있는 대화와 친화력은 내 마음을 빼앗고 수십년 지기(知己)를 만들고 말았다.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10년 전에 전국 사형수에게 보낸 나의 편지 내용과 영치금 금액까지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2005년도 간암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는 2~3개월 정도 산다고 했는데 하나님께서 16년을 더 살게 하셨다고 신앙 간증을 했다.
피해 입은 유가족들에게는 죄송하고 대신 속죄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주안에서 변화된 형제의 삶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내가 형제에게 무거운 마음으로 질문을 하였다. “혹 만에 하나 형제가 감형되어 출소한다면 어떤 인생을 살겠습니까? “네. 목사님 저는 담 안에서 받은 초월적인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들에게 나누며 은혜를 갚으며 살겠습니다.” 사형수 형제에게 기도를 시켰다. 성경을 얼마나 많이 읽고 깊은 신앙생활을 했는지 성령님이 인도하시는 기도였다. 영혼에 울림이 커서 나는 눈물을 흘리다가 펜을 꺼내 형제의 기도를 받아 적기 시작했다. “하나님! 제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 자체가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 크신 은혜 가운데 나같은 죄인의 괴수가 주님을 만났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찿아 오셨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했고 행복했습니다. 세상에서는 하나님을 알지 못했지만 교도소에서 소장님을 통해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습니다. 저같은 죄인이 영생을 얻었고 제자로서 주님을 따르고 복종하며 살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영원토록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특권을 주셔서 기쁩니다. 내 입술에서 찬양이 그치지 않고 강물처럼 흐르게 하옵소서. 간암선고는 저에게 두 번 째 사형선고였습니다. 그런데 16년을 더 살게 해 주셨으니 너무 고맙습니다. 이제는 남은 생애 하나님의 뜻 가운데 살게 하옵소서. 담장 안에서 그리스도의 향기와 편지가 되기 원하오니 순간 순간 저를 도와주옵소서. 고아와 같이 저를 버리지 마옵시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참 신앙인의 삶을 살게 하옵소서. 오늘 소장님과 김성기 목사님과 귀한 분들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령님의 능력으로 더 힘을 내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작은 예수로 살도록 힘을 주옵소서. 제 삶 속에서 제가 기뻐하지 않게 하옵시고 오직 하나님만 기쁘시게 하는 저의 삶이 되게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성기 목사 <세계로교회>
• 한국교도소선교협의회 대표회장
• 법무부 사)새희망교화센터 이사장
• 대한민국새희망운동본부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