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가장 가까운 부부 간에도 함께 보폭을 맞추어 순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늘 많은 사람이 순례를 한다. 그래서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심심치 않게 그들과 순례를 하는 일정동안 동료로 사귐을 가지고, 함께 무리지어 걷게 된다. 이렇게 만나고 헤어지고 하면서 순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런 순례객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걷다가 헤어지고, 다시 다른 무리와 친구가 되어 걷다가 헤어져, 혼자 걷다가 또 다른 순례객과 친구가 되어 걷는다. 무리지어 걷다가 혼자 걷기도 하면서 하루 일정을 마치게 된다. 하지만, 배위량 순례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아 그날 순례에 참여한 사람들만 순례를 하게 되니,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면서 걸어야 하고 모르는 길을 만나면 앞으로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이미 걸어본 길은 다음에 가면 쉽기도 하고 여전히 어렵기도 하다. 그것은 인간의 기억력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다. 자주 다니는 길은 찾기에 어려움이 없지만, 일 년에 한번 찾는 길은 기억할 수도 있지만, 잊어 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길이 어떤 요인 때문에 변하는 경우도 있어 그런 경우에 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모르는 길을 갈 때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미리 찾아야 길을 갈 수 있기에, 순례에 나서면 순례를 안내해야 하는 순례단장은 항상 길을 찾아 나아가는 일과 순례단의 안전에 온통 신경을 써야 한다. 순례를 안내하는 지도자는 순례단장의 지시에 따라 안전을 대비하고 준비를 갖추어야 하고 협력해야 안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위험에 빠져 들지 않게 된다. 단장은 노정에서 만난 위험 요소를 사전에 검색하고 대비하면서도 함께 순례하는 순례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이중 삼중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순례 목표가 있다면, 어느 한도까지 함께 같이 걸을지, 혼자 걸을지, 다 함께 걷다가 혼자도 걸도록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좋은 순례를 할 수 있다. 때때로 순례단 전체가 함께 걸을 여건이 되지 않을 경우는 팀을 나누어 걸을 수 있다. 함께 걷는다면 하루에 한 10-20km가 적당하다. 산티아고 순례를 할 때 순례자 사무소에서 하루의 노정을 평균 20km 정도를 걷도록 권장한다. 대개의 산티아고 순례자들은 순례자 사무소에서 권장하고 기본 순례계획으로 만든 지도를 기본으로 하여 프랑스 국경도시 생장(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800km를 40일 동안 걷는 여정을 추천한다. 어떤 날은 좀 더 빠르게 걷지만, 어떤 날은 좀 더 천천히 걷기도 한다. 순례자들은 각자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쉬지 않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계속 가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 하루나 이틀 정도 알베르게에서 쉬면서 그 인근 지역을 찾아가 관광을 하면서 쉬어 가기도 한다. 이렇게 약 40일 일정으로 약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40여 일 동안 순례를 한다.
2015년도부터 찾고 배위량이 제2차 순회전도 여행길을 찾고 그 길을 따라 걷고 그 길을 배위량 순례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사람을 찾고 함께 순례를 해 온지 벌써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그 전체 노정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는데, 혼자 하기가 벅차다. 그런 가운데서 이런 일을 해 온 지 벌써 만 7년이 다 되어 간다.
세상의 일에는 건전한 평가와 비판이 필요하다. 그런데 괜한 비판과 평가가 동력을 앗아갈 때도 있고, 주위에 있는 동역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괜한 의심을 하게 만들고,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도 있다. 어떤 회원들은 자기 나름으로는 의미를 찾았고 기쁘게 일을 행하다가 그런 의심을 받으며 일하는 것이 부담되어 순례단을 떠나는 회원들도 있다. 그런 비판 앞에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에 대하여 난감해하고 고민하는 필자에게 신학교 어느 선배 한분이 아래와 같은 충고를 했다.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인데, 그것을 어쩌겠는가, 그런줄 알고, 실망도 말고, 힘 잃지도 말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하던 일을 꾸준하게 계속 하시게. 내가 보니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은 대한민국에 배 교수 한 사람 뿐인 것 같네. 그러려니 생각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배 교수의 진정을 세상이 알게 되고, 그것이 드러나지 않겠는가. 그러면 이 일의 가치를 세상이 알게 되고 함께 하게 될 것이네.
비판과 충고 앞에서 그것들을 마음에 새기고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가던 길을 계속 가고자 한다. 그것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이 일을 위해 나서기 위하여 시간과 물질을 내는 사람이 없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이 일이 정상화되고 어느 경지에 이르게 되면 무슨 단체든 나설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관심은 많았지만, 아무 단체도 나서지 않았고, 어느 단체도 함께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이 일은 그냥 묻혀지고 잊혀져 지금까지 방치되어 왔듯이 그렇게 가지 않겠는가? 한 사람 두 사람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다보면 이 일이 알려지고 활성화가 되면 그 때는 또 다른 질서 속에서 이 일이 계속되어지리라고 생각된다. 이 일을 고민하고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만약 이 일을 시작한다면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노심초사하던, 초창기에 어느 지인 목사가 했던 이야기가 늘 생각난다.
그렇게 고민하지 말고 이 일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교수님이 직접 시작하세요. 아무도 교수님처럼 이 일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설사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생업에 바빠서 그런 필요성을 교수님처럼 절실하게 그렇게 느끼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시작하세요. 그런데 아실 것은 이 일이 잘 안되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비판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일이 잘되면 이 일을 빼앗아 가려고 하는 단체나 개인이 반드시 나타날 것입니다. 그 때 왜 그런가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니까요. 그 때 빼앗기지 않도록 제도 정비를 잘 정비하고 조직을 튼튼하게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무리 잘 한다 해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 빈틈이 있을 것인데, 그 틈을 파고 들어와 빼앗아가는 시도가 있을 것입니다. 빼앗길지 뻬앗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빼앗아가는 사람이 반드시 등장할 것이지만, 시작도 못하고 후회하기 보다는 설사 빼앗긴다해도 후회하지 않도록, 빼앗으려는 시도가 있을 그 때 빼앗기지 않도록 해야겠고, 뭐 그래도 한번 시작해 보세요.
우리가 계획하는 일은 배위량 순례단을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길을 계획하고 찾고, 없어진 구간은 새로 만들어 배위량의 제2차 순회전도 여행길을 중심으로 한국 개신교의 순례길로 개척하는 사업을 하는 기관으로 사업을 정하고, 이렇게 개척한 길을 한국 개신교 순례길로 만들고, 나아가 배위량의 순회전도 여행길 전체를 찾고 확대하여 배위량의 선교와 열정과 그의 한국 사랑을 기억하고 지켜 그의 정신과 복음에 대한 열정을 전승하기 위하여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그 길을 찾아 순례를 행하고 그에 대한 연구를 하여 <길 위의 배위량 학술대회>를 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걷지 않으면 그 길을 곧 잊어버릴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망각의 동물이다. 배위량이 직접 한 달 동안 함께 하며 경험하며 걸었던 그 길을 찾고 순례하는 동안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바르게 찾고 지키고자 한다.
배위량이 한 달여간 순회전도 여행을 하면서 걸었던 그 길을 속보로 하루에 40-60km 정도로 걷는다면 18일 정도면 다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순례의 의미를 묵상하고 하루 20-30km 정도의 속도로 걷는다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배재욱 교수
<영남신학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