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른다고 말한다. 세월을 흐르는 물에 비유해서 생긴 말일게다. 인생을 살면서 물의 흐름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하여 흘러간다. 물이 낮은 곳을 지향할 때 생수가 된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은 마실 수 있는 물이 되고 환경을 정화시키고 고기들이 뛰노는 생명수가 된다. 그러나 물이 흐름을 멈추고 정지하면 그 때부터 부패하게 되고 악취가 나고 고기들이 죽고 마실 수 없는 죽음의 물이 되는 것이다.
인생은 흐르는 물과 같다. 낮은 곳을 지향하며 흐르는 물처럼 살아야 한다. 그래야 항상 생명력을 유지하며 주위사람들에게 유익을 주고 주변이 사랑과 평화로 충만할 수 있다. 그러나 낮은 곳으로의 흐름을 멈출 때 부패하게 되며 악취가 나고 싸움이 시작되고 평화는 사라지게 된다. 물이 올라갈 때가 있다. 해일이 일고 쓰나미가 닥치면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리고 죽이고 아수라장을 만든다. 공동체의 분열이 생기고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살았는가? 몇 년을 믿었는가? 직분을 받은 연수가 얼마나 되는가? 지나간 연수와 경력을 자랑하지 말고 얼마나 흘렀는가를 반성해보자. 내가 흐르지 못하여 생긴 많은 불협화음과 다툼과 싸움과 무질서를 돌아보고 회개하는 시기가 되어야 하겠다. 내려가지 못하고 오히려 올라가려는 욕심 때문에 생긴 행위들을 부끄러워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이 흘러 내려가면 바다를 이룬다. 바다를 이루는 물은 내려가고 또 내려간 물이다. 넓고 깊고 심오한 바닷물이 되기 위해서는 한없이 흐르고 내려가야 한다. 겸손을 지향하며 내려가는 자는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볼 수는 있으나 그 결국은 바다처럼 되는 축복이 있는 것이다. 아직 흐르지 못한 개울물은 소리는 요란하고 모양새는 현란할지 모르나 결코 바다가 될 수는 없다. 바다는 중후하다. 바다는 위엄이 있다. 개울물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다. 개울물의 현란함에 중독이 되어 더 이상 흐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있다. 이제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 세상적인 욕심을 다 버리고, 알량한 자리에 대한 다툼도 다 내려놓고, 높아지려는 허영심을 포기하고, 정지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우리도 함께 내려가고 흘러감이 어떠하리!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