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3:34)
지난호에 다루어진 문제가 부모와 자녀간뿐만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 남편과 아내, 직장 동료 사이 및 남녀 이성친구 간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상대방은 받을 준비도 안되어 있는데 일방적으로 준다면, 내 욕심과 내 기준에 의한 사랑이지 상대방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모 경찰서 담벼락에 이렇게 쓰여 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것은 폭력이다’ 라고. 상대방이 사랑을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즉각 거두어 들일 수 있어야 한다. 주는 나는 사랑으로 포장되어 있어도 원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상대에게는 사랑이 아닌 폭력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을 때 사랑의 표현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그런 사람이 건강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
아내가 남편과 함께 진료실에 방문했다. 아내는 토라져 있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듯했으나 남편은 연신 아내를 토닥거리며 달래주는 듯했다. 아내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열이 오르고 소화도 안되며 밥맛이 없다며 신체 및 정서 증상을 호소했다. 구역모임에서 남편의 가정적인 모습에 다른 여자 집사, 권사님들이 엄청 부러워한다. 그러나 아내는 아니라고 부인한다. 왜냐하면 겉보기에는 아내의 집안일을 엄청 도와주는 것 같지만 내면에는 사사건건 잔소리와 트집이고 구박과 무시를 한다. 아내 입장에서 아내를 위해 아내가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 자기 맘에 들지 않아서 남편 스스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남들에게 보여지는 남편의 가사 도움이 오히려 아내에게는 심리적 압박과 부담이 되어 병적 스트레스(distress)로 작용되어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이어져 병원을 방문했다.
황원준 전문의
<황원준 정신의학과 원장•주안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