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은 배움을 강조한다. 학자 라무단은 “학자는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자이다”라고 했다. 많은 지식을 가진 자가 학자가 아니라 배우기를 즐겨하는 자가 학자이다. 유대의 격언에는 “누가 가장 지혜로운 자인가? 어린아이에게서도 배우는 자이다”라는 말이 있다.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 배우려고 하는 자가 지혜로운 자이다.
유대인들은 지식과 더불어 지혜를 강조한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배운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히브리어로 지혜가 있는 사람을 ‘훗헴’이라 한다. ‘훗헴’ 가운데서도 가장 지혜로운 사람을 ‘탈미드 훗헴’이라 한다. 탈미드 훗헴이란 평생 배우고 게으르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지혜가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고대 유대인 사회에서는 탈미드 훗헴은 세금을 물지 않았다. 배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유대인 사회에서는 익히 알고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이 산재해 있다. 삶 속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의 사건들을 통해 배우고 성숙한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인생인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질 때 천하의 모든 사물과 존재가 모두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윗사람, 나보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에게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자녀들이나 손자들에게서도 배워야 한다.
나에게는 외손녀가 하나 있다. 손녀가 초등학교 2, 3학년 즈음이었다. 손녀가 만나면 주로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손녀는 대화를 하며 나에게 영어발음을 교정해 주기도 했다. 평생을 영어를 한다고 했지만 어린 손녀에게 배워야 했다. 배움에는 부끄러움과 자존심이 필요 없다. 모르면 언제든 누구에게든 물어야 한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겸손한 자세로 누구에게서나 배우려고 한다. 그러나 교만한 사람은 모르면서 아는 체하며 배우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크고 작은 생활의 여러 경험에서 인생을 사는 지혜와 진리를 배워야 한다. 부단히 배우지 않으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고 세상일에 캄캄한 우매한 자가 된다. 다른 사람이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쇠퇴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다 배우고 노력하는데 홀로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은 패배자가 되고 낙오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재주도 내버려 두면 녹이 슨다. 머리도 책을 읽지 않으면 둔해지고 만다. 구슬도 갈고 닦아야 빛나는 것처럼 우리의 지성과 인품도 부단히 닦아야 빛을 발한다. 인간의 깊은 아름다움은 부단히 배우는 데서부터 생긴다.
몇 년 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이영덕 전 국무총리 내외분을 모시고 워싱턴에서 실로암 기금조성을 위한 특강을 하게 되었다. 그때 한 여인이 아침식사에 동석을 했는데 얼굴에는 짙은 화장을 했고 옷은 화려한 짧은 치마저고리를 입었다. 그런데 그 여인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몸과 입에서는 악취가 나서 머리가 아프고 메스꺼워 견딜 수가 없었다. 빨리 그 여인이 떠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그 여인은 나에게 말을 건네기도 하며 끈질기게 머물러 있었다. 또 만나게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특강의 긴장감보다 그 여인의 악취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정도이다.
매일매일 마음의 밭에 김을 매고 물을 주고 거름을 공급해야 한다. 마음의 밭은 내버려두면 어리석음의 잡초와 탐욕의 독버섯과 교만의 벌레와 독선과 아집의 악취가 풍기게 된다. 무지는 인품을 좀먹게 하는 벌레와 같아서 눈에 쉽게 띄지 않지만 드러나기 마련이다.
우리의 마음이 무지, 이기심, 독선, 탐욕, 편견, 거만, 아집, 이러한 독소들로 덮일 때, 아무리 몸에 비단옷을 걸치고 손에 금은보화를 두른다 해도 그 가치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추하고 저속하게 보일 것이다. 재물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넉넉함과 윤택함을 제공해 주고, 훌륭한 지식의 덕성은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화려하고 생기발랄한 푸른 초원으로 만들어 준다.
가까이 대하면 대할수록 마음이 끌리고 우러러 보이는 사람이 있고, 가까이 접하면 접할수록 멀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만나서 즐거운 사람이 있고, 만나서 싫은 사람이 있다. 인품에서 향기가 풍기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이가 있다.
왜 그러한 차이가 생길까?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서 온다. 사람으로서 먼저 힘써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의 인품을 높이고 자아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지혜의 맑은 샘터로 만드는 것이다. 마음의 밭을 갈고, 배우고 또 배워서 환영받고 인정받는 지혜의 맑은 샘터 주인이 되었으면 한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