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말을 만들지만 말이 또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것 중에 언어를 사용하고 웃음을 나눈다는 것도 들어간다. 다른 동물들이 본능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일 때 사람은 이성을 통해 본능을 조절하거나 초월해 살아갈 수 있다.
신앙과 애국심 등 대의명분과 신념을 위해 스스로 순교(殉敎), 순국(殉國)할 수 있는 것도 인간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소나 말이 신념을 위해 순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사람의 말(發言, 宣言, 약속, 다짐, 결심)을 믿을 수 없다면 이는 곧 그의 인격(인간성)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므로 남이 믿어주지 않는다면 그는 더이상 책임 주체로서의 인간이 아닌 것이다. 말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말을 통한 소통과 의사 교환에 오차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게 문제다. ‘심심(甚深)한 사과’를 깊은 사과보다 ‘심심한/지루한’의 뜻으로 이해하거나 ‘무운’(武運)을 ‘무운’(無運)으로 바꿔 생각하는 일이 있었다. 이런 것은 우리나라 단어들이 한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 데서 오는 현상이기도 하다. 한 예로 ‘사기’란 말은 19개의 뜻으로 나뉘어진다. ① 士氣, ② 仕記, ③ 四氣, ④ 史記, ⑤ 寺基, ⑥ 死期, ⑦ 私記, ⑧ 沙器, ⑨ 邪氣, ⑩ 事記, ⑪ 使氣, ⑫ 社基, ⑬ 社旗, ⑭ 事機 ⑮ 使技 ⑯ 射騎 ⑰ 詐欺 ⑱ 肆氣 ⑲ 辭氣 등이다. 또 말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태어나서 활용되다가 사라지는 일생을 갖고 있고 새로운 현상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용어가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말을 갖고도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문맹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메타버스’나 ‘가스라이팅’ 같은 말은 웬만한 사람이 알 수 없는 말이다. 또 많은 외래어가 섞여 쓰다 보니 그로 인한 언어 소외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많이 쓰이는 말을 조금 다듬어 보면 이런 것이 될 것이다. ① 팬데믹(Pandemic) – 세계적 유행, ② 페이스 실드(Face shield) – 얼굴 가림막, ③ 엔(n)차 감염 – 연쇄감염, ④ 네버 코비드(Never covid 19) – 코로나 비 감염, ⑤ ESG 경영 – 환경, 사회, 투명 경영, ⑥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 공유 업무 공간, ⑦ 클린 뷰티(Clean beauty) – 친환경 화장품, ⑧ 에이지리스(ageless) – 나이 무관, ⑨ 엔에프티(NFT) – 대체 불가 토큰, ⑩ 빅테크(Big-tech) – 정보기술 대기업 등이 있다. 최근 방송에서 쓰이고 있는 낯선 단어들도 찾아보겠다. ① 갈라쇼(Gala show) – 어떤 것을 기념하거나 축하하기 위해 여는 공연, ② 갤러리(Gallery) – 미술품을 진열 전시하고 판매하는 장소 또는 골프 경기장에서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들, ③ 걸 크러쉬(Girl Crush) – 여성이 같은 여성의 매력에 빠져 동경하는 현상, ④ 그래피티(Graffiti) – 길거리 그림. 길거리 벽에 붓이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 ⑤ 그루밍(Grooming) – 화장, 털 손질 손톱 손질 등 몸을 치장하는 행위, ⑥ 노멀 크러쉬(Nomal Crush) – 평범하고 소박한 것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정서, ⑦ 뉴트로(Newtro/New Retro) – 새로움과 복고의 합성어로 새롭게 유행하는 복고풍 현상, ⑧ 데모데이(Demo Day) – 시연회 날, ⑨ 데자뷰(Deja Vu) – 처음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느낌이나 환상.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뜻. ⑩ 도플갱어(Doppelganger) –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나 동물. 즉 분식이나 복제품, ⑪ 스모킹 건(Smoking Gun) – 결정적 증거, ⑫ 엣지(Edge) – 개성, 센스, 독특, 특징, ⑬ 웹툰(Webtoon) – 인터넷 만화, ⑭ 좀비(Zombie) – 살아있는 시체, ⑮ 코스프레(Cosplay) – 게임이나 만화 속의 등장인물처럼 의상을 입고 분장해 그 주인공 흉내를 내는 놀이, ⑯ 코호트(Cohort) – 격리. 동일집단 격리(코호트는 원래 로마 군대 100인 단위 조직을 가리킴).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