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사랑하는 자녀들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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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때쯤 경기를 했던 것 같다. 나는 늦게까지 혼자 이리저리 둘러다니다가 가족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귀가할 때가 돼서야 들어가곤 했다. 그런 일들을 세월이 지나서야 말할 수 있을 만큼 나는 그 처녀 언니를 무서워했다. 

혼자 배회하다가 좋지 않은 일도 겪고 즐거운 경험도 얻으며 내게 심어진 나의 스위밍에고의 시간들이 그때부터 시작이 되었던 것 같다. 늦은 저녁 온몸에 추를 달고 겨우  화장실로 들어서는 엄마. 엄마가 벗어놓은 하루의 허물들을 둥지처럼 안고서야 잠이 드는 나. 잠결에 엄마의 물수건이 온종일 돌아친 땟국물을 닦아내는 동안 난 달콤하고 황홀하게 엄마를 느끼게 꿀잠을 잤다.

그런 엄마에게 하루 종일 겁났던 일들 안 좋았던 일들을 말할 시간도 정신도 없는 꼬마였지만, 무엇보다 난 엄마가 아무 걱정 없이 쉬시길 바랐었다. 그 어린 나에게도 내게 보여진 엄마의 마르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안타까워 어떤 짐도 내려놓질 못했었다.

그만큼 엄마는 내게 소중한 존재였고 늘 나를 위해 눈물로 기도해주시고 위로해주시는 둥지였다. 인생의 가장 굴곡진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나서 엄마는 쭈그러들었던 나의 날개를 다림질하고 말려주셔서 나는 점차 꿈을 달고 날아오를 수 있었다. 나를 괴롭히던 그 처녀 언니는 어디론가 갔고 엄마 다음으로 늘 따듯하게 날 돌봐주시던 도우미 할머니도 만날 수 있었다.

정성이 가득 찬 엄마의 도시락과 입시 때 나를 위해 밤늦게까지 방송을 녹음해주시고 간식을 챙겨주셨던 엄마, 무엇보다 나를 위해 늘 새벽마다 골방에서 눈물로 기도하신 엄마의 두 손을 꼬옥 잡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엄마는 먼 곳 춘천까지 놀러 오시지도 못하는 연세가 되셨고 난 엄마의 손발이 되어드리고자 엄마 곁으로 둥지를 틀었다. 아직도 우리 엄마는 거부할 수 없는 포근한 품으로 늘 나를 감싸주신다. 엄마의 굴곡진 주름까지 다 펴내어 나의 둥지가 되어주시려 노력하신다. 이미 자란 까칠한 깃털까지 품어주시며 애쓰시는 엄마…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둥지 나의 엄마

스위밍에고, 엄마가 그립다

원영은

혼자인 것이 슬픔이 아닌 듯

나는 문 밖에 있었다

덜컹거리는 작은 가방, 작은 방 하나

그 속엔 그만큼이나 혼자였던 

개구리 한 마리

밤이 되어서야 욕실에 들어선 엄마

무덤처럼 쌓인 엄마의 겉옷 위에

엄마냄새 찾아 둥지를 튼 나의 스위밍에고

이 순간을 위해 긴 하루를 

문 밖에서 스위밍에고

고픈 창에는 따스한 눈물보다 

차가운 성에가 껴있었다

창 너머 봄꽃마저 희미해지면

엄마의 치맛자락에서 살포시 

밀려오는 봄 향기

스위밍에고 엄마가 그립다

나보다 더 큰 새가 된 아이들은

내 창이 고팠을까

홀로 듣던 외로움의 소리들

홀로였기에 더 크게 울리던

풀벌레의 날갯짓 소리까지도

문득, 문 안으로 들어선다

바람이 부르는 소리, 

물결이 지르는 재잘거림

그리고 나의 숨소리가 들려주는

가만 가만의 세상, 집에 가고 싶다

스위밍에고, 엄마는 엄마가 그립다

함명숙 권사

<남가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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