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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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79세의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15만 명의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퇴직 후 왼쪽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고혈압 통풍 허리디스크 관상동맥협착 담석 등 일곱가지 중병과 고달픈 스트레스를 벗삼아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남은 한쪽 눈으로 아침이면 해를 볼 수 있고 밤이 되면 별을 볼 수 있다.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에 햇살을 느낄 수 있고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품을 수 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남의 아픔을 아파해줄 수 있는 가슴도 가지고 있다. 세상을 원망할 시간이 없다. 지팡이 짚고 가끔 집밖으로 산책을 했다. 한쪽 눈이지만 보이는 것만 보아도 아름다운 것이 너무 많았다. 지금은 다리에 힘이 없어 산책이 어렵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보이는 앞산 숲의 색깔이 아름답다. 감사하다. 

인생이란 바로 여기(here)와 지금(now)이다. 행복을 느낄 시간과 공간과 사람은 바로 지금이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한번이라도 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내가 바로 즐거움이다. 살아보니까 그렇다. 뇌 속에서 행복을 만드는 물질은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과거의 행복한 추억 때문에 생기는게 아니다. 바로 지금 내가 즐거워야 엔도르핀이 형성된다. 사람이 어떻게 늘 행복하기만 하느냐고 묻는 이들도 많다.

그런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제 죽은 사람들이 하루라도 더 살기를 원했던 그 소중한 시간에 나는 오늘을 살고 있다. 감사하다. 지금 비록 괴롭고 슬퍼도 한가닥 한희망을 만들어 보자. 지금 살아 있음에 즐겁고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지나간 세월은 상당히 어렵게 살았더라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더 행복했던 거라고 나이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짜릿하게 행복한 시간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지나간 추억으로 살기 때문이다. 본인이 괴로움을 겪어봐야 행복이 뭔줄 알고 행복을 느낄줄 안다.

인생살이 살면서 오늘 지금 여기가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 맞는 말 같다. 요즘 현대인들의 특징은 자기만을 사랑하는 시대요 돈만을 사랑하는 시대요 자긍하며 자기 만족 속에 빠져사는 시대요 교만하고 방자한 시대요 의와 진리를 훼방하는 시대요 거룩한 본분을 떠나 영과 육이 더러워진 시대라고 흔히 말한다.

그는 내가 지금 아내없이 살아보니까 아내가 있을 땐 정말 몰랐는데 젓가락 한쪽이 없어진거나 똑같은 거라고 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행복의 답은 바로 지금 여기 내 가슴에 담겨있다. 고개들어 저 멀리 하늘을 한번 보자. 지금에 감사하자! 여기에 행복하자! 오늘에 충실하자! 며칠전 별세한 동곡 김건철 장로는 늘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살전 5:16~18)를 몸소 사랑을 실천하며 살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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