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이스라엘은 혈연공동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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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시대 이스라엘이라고 하면 야곱의 12아들의 후손들로 구성된 순혈주의적 혈연공동체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구약의 기록을 보면 이스라엘의 피에는 다양한 이방 족속들의 피가 섞여 있었다. 유다 지파의 조상이 되는 유다는 가나안 원주민 수아의 딸과 결혼해서 세 아들을 낳았다. (창 38:2) 애굽에서 총리가 된 요셉은 온(오늘날 이집트 카이로 지역)의 제사장 보디베라의 딸 아스낫과 결혼했다. (창 41:45) 요셉의 부인 애굽 여인 아스낫은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낳았고, 이들은 이스라엘 지파 중 중요한 므낫세 지파와 에브라임 지파의 조상이 되었다. 이들 지파는 모계(母系)로 말하면 애굽인의 혈통인 셈이다. 모세는 미디안 지역(오늘날 아라비아반도의 서부 지역)의 제사장 이드로의 딸 십보라와 결혼해서 두 아들 게르솜과 엘리에셀을 낳았다.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인물 모세는 미디안 여인(=아랍 족속 여인)과 결혼했고, 그의 후손들에는 아랍인의 피가 섞여있다.

룻기의 주인공 룻은 모압 여자였다. 신명기에 ‘기피 민족’으로 기록되어있는 모압 족속이었다. (“모압 사람은… 영원히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리라.” 신 23:3)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입니다’ 하면서 나오미를 따라 베들레헴으로 갔고, 결국 보아스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러나 보아스가 모압 여인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서 베들레헴 사람들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룻이 임신했을 때 베들레헴 여인들은 축복의 말을 전했다. “이 아이의 이름이 이스라엘 중에 유명하기를 원하노라… 일곱 아들보다 귀한 며느리가 낳은 자로다.” (룻 4:14~15) 모압 여인 룻을 ‘일곱 아들보다 귀한 며느리’라고 극찬한 것이다. 룻은 다윗의 증조모가 되었고, 예수님의 족보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룻 4:21~22, 마 1:5)

출애굽기를 보면, 애굽에서 출애굽했을 때 이스라엘 사람들과 함께 ‘수많은 잡족’들도 같이 출애굽했다. (출 12:38) ‘잡족’이라고 번역된 말은 ‘에레브’(erev)이다. 혈통적으로 이스라엘 자손이 아닌 ‘이방 족속’을 뜻한다. 이들 ‘수많은 잡족’들도 가나안 땅에 진입했고, 결국 이들도 모두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되었다. 어떻게 ‘이방 족속’들이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었나? 세겜 예배를 통해서였다. 이스라엘 자손들과 ‘수많은 이방 족속’들은 함께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땅을 지파 별로 분배했다. 그리고 세겜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서 약속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출발했다. 세겜 예배에서 여호수아는 회중들을 향해 신앙의 결단을 촉구했다. “너희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 오직 나와 나의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모든 회중은 세 번에 걸쳐 신앙의 결단을 확약했다.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우리가 섬기고, 그 목소리를 우리가 청종하리이다.” (수 24:24) 이스라엘 자손들과 같이 출애굽했던 중다한 이방 족속 ‘에레브’들도 세겜 예배에서 신앙의 결단을 통해서 모두가 이스라엘 신앙공동체에 속하게 되었다. 구약 신앙은 본질적으로 민족과 족속을 초월하는 ‘포용적’ 신앙이다. 구약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은 혈연공동체가 아니라, 모든 ‘에레브’들까지 포용하는 ‘신앙공동체’였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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