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는 구약의 책들 중에서 인도주의(humanitarianism)의 성격이 가장 강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명기의 ‘약자보호법’은 오늘날도 사회윤리의 전범(典範)으로 되어있다. 구약성경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은 고아, 과부, 객(나그네)이다. 사회적 약자는 아니나 경제적 약자에 속하는 사람은 ‘레위인’이었다. 구약성경에서 고아는 아버지만 사망해도 ‘고아’라고 불렀다. 과부의 경우, 남편이 죽었을 때 과부에게는 상속권이 없었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였다. 고대 사회에서 한 개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보호 영역은 지연과 혈연공동체였다. 객(=나그네)은 그러한 보호 영역 밖에 벗어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차별과 불이익을 받아도 호소할 곳이 없고 구제받을 수 없는 사회적 약자였다.
레위인들은 왜 경제적 약자였나? 일찍이 여호수아가 12지파에게 가나안 땅을 분배할 때, 레위인들에게는 땅(토지)를 분배해주지 않았다. 레위인들은 성막(후에는 성전) 일을 돌보는 성직(聖職)의 직분을 맡은 사람들이었으므로, 그들에게 배당된 몫은 토지가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이라고 했다. (“레위 사람 제사장과 레위의 온 지파는 이스라엘 중에 분깃(땅의 몫)도 없고 기업(=유산, 땅 토지)도 없을찌니… 여호와께서 그들의 몫(portion)이 되심이라.” 신 18:1-2) 레위인들은 땅(토지)을 분배받지 못했다. 그러나 땅(토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더욱 귀중한 것, 하나님의 일을 하는 성직을 몫으로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땅(토지)이 없었으므로 경제적으로는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신명기에 명기된 대표적인 ‘약자보호법’을 살펴본다.
① “(너희 하나님 여호와는)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신 10:18~19)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는 약자들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밝히는 말씀이다.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 공동체는 여호와 하나님에게 정의와 사랑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정의와 사랑을 베풀며 살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② 신명기는 사회적 약자에게도 공정한 재판을 해서 정의를 실현할 것을 강조한다. “너는 객이나 고아의 송사를 억울하게 하지 말라.” (히브리 원문은 “너는 객이나 고아의 송사라고 정의를 왜곡하지 말라.”) (신 24:17) “객이나 고아, 과부의 송사를 억울하게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신 27:19)
③ 신명기의 안식일 법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문 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하고, 네 남종이나 여종에게 너같이 안식하게 할지니라.” (신 5:14) 신명기의 안식일 법은 출애굽기 20장의 안식일 법과 대조된다. 출애굽기에서는 남종과 여종이 한 번만 언급된 데 반해서, 신명기는 남종과 여종을 두 번씩이나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다. 종들에게는 휴식의 개념조차 없던 고대에, 종들의 휴식을 두 번씩 언급해서 강조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더구나 종의 주인인 ‘너같이’ 종들도 안식하게 하라는 말씀은 고대 사회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말씀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